brunch

사진 잘 찍는 법

by 윤슬
IMG_1467.jpg

전에 사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사가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아이 사진을 가장 잘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아냐고 물어봤다.

강사는 바로 그 아이 부모가 가장 잘 찍는다고 답했다.

찍는 대상을 사랑해야 잘 찍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이건 맞는 말이다.

내 인생 사진 중에 전 남자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들이 있다.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은 사진도 거의 찍지 않았지만 나를 참 예쁘게 찍어주곤 했다.

아마 나를 사랑해서 그런 것 같다.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전에 엄마가 가족 앨범을 정리하다가 우리 식구 사람별로 사진을 분류해 놓았다.

그때 형제 중에 내 사진이 제일 작았다.

압도적으로 큰언니 사진이 제일 많았다.

필름 카메라 시절 어린 언니가 쪼그리고 우유를 먹는 연사 사진도 있다.

첫아이이다 보니 엄마하고 아빠가 심심하면 언니를 찍은 것이다.

옥상에도 찍고 방에서도 찍고 큰언니 사진은 엄청 많다.

내가 그것을 보고 엄마는 왜 내 사진을 이렇게 안 찍은 거냐고 내가 속상하다고 했다.

엄마는 사진 분량을 보고서야 나를 별로 찍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언니 둘은 돌사진을 사진관에서 찍었지만 내 돌사진은 언니들이 입던 한복을 입고 방에서 찍었다.

난 왜 사진관에서 안 찍어줬다고 묻자, 엄마는 별말이 없었다.

엄마는 그게 미안했는지 가끔 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고 말하곤 한다.

근데 난 옛날부터 내가 엄마에게 일 순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5남매를 기르고 밑에 여동생은 장애도 있다 보니 엄마는 나에게 신경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였고 부모의 사랑이 필요했다.

몇 장 없는 어린 시절 사진 속 나를 보면 뭔가 짠하다.

많이 외로웠지?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해 본다.

이렇게 잘 자란 준 내가 너무 기특하다.


#사진#첫째#돌사진#어린시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음주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