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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섹스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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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드라마를 꼽자면 바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였다. 뉴욕에 사는 4명의 여성의 삶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성에 대한 자유로운 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섹스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금기시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자신의 성경험에 대하여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주인공이 섹스칼럼니스트라는 것이 신선했다. 나는 섹스에 대해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섹스칼럼니스트라고 불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때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인기를 끌자 실제 뉴욕에 사는 여성들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기는 했다. 하긴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드라마나 영화가 모두 실제는 아니므로 이해는 한다. 그러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향유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것이다. 그 드라마가 방영된 지 오래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얼마나 변했는다? 과거보다는 변했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부분이 많다.


더욱이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서 과거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성적농담은 사라졌지만 아쉽게도 성에 대한 모든 대화가 사라진 분위기이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을 아니다. 대화하는 사람간에 ‘라포’ 형성은 기본이다.


라포르란 ‘마음이 서로 통한다’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느껴지는 관계를 말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야지만 내밀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화하는 당사자간의 라포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성에 대한 생각을 불특정 다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못할까? 그것은 아마 자신이 변태 취급받거나 놀림감이나 놀라움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 성경험의 부재나 혹은 지나치게 많음 혹은 말하기 곤란할 수도 있다. 아마 비밀을 지켜주는 사람에게는 이야기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는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자신의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를 성적대상화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마련인데 이야기하면 자신의 파트너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타인이 상상을 하면서 자신의 파트너를 성적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성관계를 통해서 태어났다. 거기에 혐오를 가지던 가지지 않던 말이다. 우리에게 성욕구가 없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지만 보수적인 사람과 개방적인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므로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서로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성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 여성에 대해 밝히는(?) 여자로 생각하여 쉽게 생각하는 남성도 존재한다. 물론 그런 여성을 이상하게 보는 여성도 존재한다. 성에 대해 밝히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 성에 관한 프로그램진행을 했던 여성 MC가 겪은 기사를 읽을 적이 있는데 가족을 비롯하여 어마어마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나도 성에 관한 글을 쓰고 이상한 내용의 글을 받은 적도 있다.


아마도 글을 읽고 흔히 말하는 문란한 여자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받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또한 남자들의 근자감에 또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보고 웃기만 해도 증손자 영어유치원까지 알아본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학술적이고 건전하고(?) 유쾌한 성의 담론은 있을 수 없을까? 나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첫째는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 같다.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단어나 뉘앙스를 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학술적인 어휘를 구사하고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듣는 사람을 성적대상화하지 않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저 사람이 나를 성적으로 대상화한다고 느끼는 순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내가 겪고 타인도 겪으며 고민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지금도 성에 관한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N번방 사건부터 요즘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 되는 환경이 더욱 이러한 환경을 부츠기 것은 아닌지 그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답답해져 온다. 무엇이 그들을 삐뚤어진 성욕이 지배하게 만들었을까?


사실 성이란 것이 별것 아니라면 또 아닌 것이고 한없이 신비롭게 묘사하자면 또 한없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밑낮의 발가벗겨진 진실을 마주하면 아마도 심한 현타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최대한 내가 책으로 읽고 직접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이야기 들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성인들로 성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성경험을 가진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카더라는 추측성 이야기들만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스토리를 가지는 것이 바로 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는 경험을 부풀리고 누구는 거짓말을 하고 누구는 왜곡한다. 그리하여 진실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늘 좋지도 않고 늘 에로틱하지 않다. 그 진실에 대한 담론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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