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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4. 2019

[책 11분-각색]있는 그대로의 사랑

*11분

‘11분’은 성행위의 평균 지속시간을 의미한다. 브라질의 한 시골 도시에서 자란 마리아는 어린 시절 사랑의 상처로 사랑은 고통만 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교 졸업 후 직물 가게에서 일을 하다 짧은 휴가 여행을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한 외국인으로부터 연예인을 만들어 준다는 꼬임에 빠져 스위스로 간다. 그러나 현실은 몇 푼을 받지 못하고 춤을 추는 무희 신세. 다행히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와 돈을 벌고 성공해서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매춘을 시작한다. 매춘을 하면서 브라질로 돌아가 농장을 경영할 꿈을 꾼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그녀에게서 빛을 보았다는 성공한 화가 랄트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스위스 최고급 술집에서 일하는 마리아는 특별 손님을 맞아한다. 여기서 특별 손님이란 사도마조히즘적 성행위를 하는 손님이다. 그 손님을 맞이하고 나서 다음날 랄트를 만난다.


랄트 집안. 마리아와 랄트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랄트 마리아 손목을 본다. 마리아 손목에 푸르스름한 멍 자국이 있다. 마리아 랄트를 의식한 듯 팔찌로 황급히 손목을 가린다.


랄트        특별 손님을 맞이했군요

마리아    술집 주인이 당신도 우리 가게 특별 손님 중에 한 명이라고 하던데요

랄트       네, 저도 특별 손님이에요

              어떠하던 가요?

마리아   저의 바닥을 본 것 같아요

              나도 몰랐던 

             특별 손님을 못 맞는 창녀도 있어요

             전 끝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무엇인지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요

랄트      당신은 참 강인한 여성이군요

             그러나 퇴폐, 쾌락의 끝은 허무예요

마리아  걱정 말아요

             페이가 넉넉해서 하는 거예요

             일에 감정을 섞지는 않아요

랄트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사람이 그렇게 정신과 육체가 분리가 되나요?

마리아   전 프로예요

              그런 것으로 헷갈려 하지 않아요

랄트      내가 손님으로 가게에 가서 당신을 선택하면

             그건 어떻게 되는 거죠?

마리아  그때 당신은 그냥 손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선택하지 않겠어요

랄트      그랬군요. 초장기에 제가 바람맞은 이유군요

              그런데 그렇게 단언하지 말아요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게 되어있어요

             습자지에 물들 듯이 서서히 스며들 거예요

마리아  농장을 얻기 위한 돈을 더 빨리 모을 수가 있어요

랄트      그 돈 제가 주겠소

마리아  (화를 내며) 받지 않겠어요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랄트      그런 뜻은 아니에요

             돈 때문이라면 내가 주겠다는 거예요

마리아  창녀가 뭐 하는 사람 같아요?

             몸을 판다고 돈에 환장 한 사람 같나요?

             나에게도 도덕심도 양심도 지조도 있어요

             전 진실한 가톨릭 신자고 매주 성당에 가요.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죠

             사람들이 날 경멸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랄트      난 당신을 경멸한 적 없소

마리아  경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저에게 돈을 내고 잠자리를 하는 남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심리학 책을 읽고 거짓 오르가슴 연기를 하고

            당신은 내가 만난 최고의 남자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하죠

           그중에는 섹스하지 않고 이야기만 들어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인가요? 

랄트     당신이 창녀라고 한 번도 천하게 여긴 적 없어요

             그랬다면 내가 당신을 그리고 이렇게 사랑하지 않았겠죠

마리아   내 돈으로 고향 내 가족들이 편히 먹고살고 있고

              또 농장을 경영하겠다는 나대로도 꿈이 있어요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전 당신의 돈을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랄트      단지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마리아  돈을 받는 나는 어떨 것 같아요?

             내가 돈 받고 잠을 자는 남자나 당신이나

             다를 것이 뭐죠?

             당신이 주는 돈은 비싼 화대 값인가요?

랄트     (들고 있던 술잔을 던지고 잔이 깨진다)

            (화를 내며) 그런 뜻이 아니에요

             (진정하며)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당신에게서 강인함을 느끼는 동시에 애처로움도 느끼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 사랑해요

마리아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 마음도 알겠어요

             그렇지만 비참해지고 싶진 않아요

             당신은 당신이고 내 일은 내 일이에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떠나요


마리아 짐을 싸서 랄트 집을 나선다.


랄트 (독백) 난 막달라 마리아와 사랑에 빠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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