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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30. 2019

나도 내가 어렵다.

나는 정말 연애하는 게 두려워요. 또 스스로를 옭아맬테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거나 필요한 게 보이면
그때부터 힘들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니까.
그리고 나면 숨이 턱턱 막혀서 관계를 끊고 벗어나야 해요. 
책 비폭력대화


나는 연애는 물론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원인은 나의 욕구를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데 있다. 난 좋은 사람이고 싶고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나를 싫어할까 봐 나의 내면의 깊은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 연애를 할 때도 원하는 바를 말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세어서도 그렇고 그런 욕구를 가진 나를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켰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등을 돌리거나 떠나는 것은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상상만으로도 힘들다. 애써 쿨한 척 이해하는 척 사람 좋은 척을 한다.


혼자 있을 때 지독하게 외롭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깊은 공허함을 느낀다. 내가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온전히 드러내기를 꺼린다. 글을 쓸 때도 지나친 자기검열을 하고 눈치를 본다. 내 글의 문제점은 바로 나에게 있다. 나를 내려놓기가 참 어렵다. 실제 생활에서나 글을 쓸 때나 말이다. 이렇게 나를 꽁꽁 싸고 있으면서도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란다. 표현하지 않는데 알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은 언제나 반복되고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원인이다.


나도 변하고 싶고 고뇌에서 벗어나고 싶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마 나의 내면의 어둡고 추악함 면을 영영 들키지 않고 싶은 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런 면이 있다 싶다가도 나는 더 그런 것 같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내면 깊이 사로잡고 있다. 가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의 본모습을 알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알았다면 나를 사랑했을까? 적당히 포장된 나를 사랑했다면 난 또 허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말이다.


고시원에 산 적이 있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내가 사는 곳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말로는 남자가 데려다주고 그러는 것은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내세웠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 가난해도 서로를 아끼는 연인을 보며 난 왜 그러지 못할까? 난 왜 나의 부끄러움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하는 깊은 생각에 빠졌었다.


나는 왜 그럴까?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아직도 찾는 중이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점점 변하고 있다. 나에게 벽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완벽해지고 싶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벽을 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나와 투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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