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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30. 2020

그는 어디에...


세상은 단 하나의 세계로만 존재할까, 아니면 다중의 세계일까? 이것이야말로 자연 탐구에 있어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소중한 질문의 하나일 것이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13세기


지구별에 50억 명이 산다고 치고 그중에 절반이 남자라고 할 때 25억 명의 남자가 살고 있다. 그 모든 남자를 만나 볼 수는 없겠지만 현재 내가 살고 있고 내가 만날 수 있는 곳에서 내 연인을 찾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더 적극적이어야 했나? 아님 내가 까다로운 것일까? 흔히 말하는 눈이 높은 것일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맥주 한 캔을 홀짝거리며 신세한탄을 해 본다.


멍하니 하늘을 보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그렇다. 이 지구별에는 내 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 하늘의 무수한 별의 어느 곳에 그도 애타게 나를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지구별에 나를 찾아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나와 다른 차원에 존재하여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것이다. 혹은 그는 나를 볼 수 있지만 나는 그를 볼 수 없을 지도...


어찌 되었든 간에 슬프기는 매한가지다.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수많은 별이 있지만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다. 어린 왕자에게 장미꽃이 가진 의미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특별해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장미 중에 그 장미만이 특별함을 가진다. 특별한 사람이 없는 나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낀다. 이 넓은 우주공간 속에 사랑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무한한 공간 그곳의 무수한 존재가 다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의 생사, 행불행은 나에게 있어 잠시 안타까움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나의 고통만큼 아파하고 즐거워지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의 웃음에 내 마음이 요동치고 그의 한숨에 내가 더 큰 한숨을 내쉬게 하는 존재를 만나고 싶다.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우주의 비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 과학자도 우주의 비밀보다 화가 난 연인의 마음을 돌리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저마다 안테나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인을 찾는 주파수를 쏘아 일치하는 주파수를 찾아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인연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할 텐데 말이다. 과학은 발전하지만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달이 어떻게 생겼든 뭐람. 달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거기를 천문학적이 돈을 들여서 왜 갔을까? 없다는 사실을 알려고 갔을까?


우리와 같은 존재를 찾아 애쓰는 것이 흡사 내가 연인을 찾아 애쓰는 모습과 같다. 찾는다 한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공존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없을 때는 찾아 헤매고 옆에 있으면 서로 존재로 괴로워한다. 밤하늘 별들 바라보며 어딘가 내 짝이 있을 거라며 위안을 얻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던 오늘 나는 무지 외롭고 사람이 그립다. 어느 은하에 있든지 간에 내 숨이 붙어있는 동안에 내 눈앞에 나타나길 바란다. 술이 알딸딸하고 조금 취했는지 까짓것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들이 곧 나에게로 쏟아져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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