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세 번 운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나도 마음속으로 남자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 지도 모른다. 본의 아니게 난 남자가 우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때의 그 생경함과 당황스러움은 어릴 때부터 학습되어 온 남자의 이미지와 다름에서 오는 이질감이 아니었을까? 여자도 강하고 독립적이라 생각하던 나이지만 남자도 약한 존재라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나 보다.
*그의 눈물1
대학교 1학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1박2일로 치러진 오티는 전체 일정이 있고 난 후에 한방에 13명(?) 정도 나눠서 숙소로 이동하여 개별로 진행되었다. 선배들이 한, 두 명 방에 배치되고 다 같이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앉은 남자아이가 본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술을 처음 마시기에 아마 주량도 몰랐고 자기제어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아이는 아버지가 고1 때 돌아가셨는데 그 부분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 아이의 눈물에 분위기를 순간 얼음이 되었다. 일단 난 너무 당황스러웠다. 남자가 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애도 아닌 다 큰 어른이 말이다. 난 어른 남자의 눈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난 그 남자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바로 옆에 있었기에 뭔가 액션을 취하기는 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난 부모의 상실감을 겪어보지 못했고 그러기에 어떤 위로가 적절한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만약 여자 동기라면 앉아주며 등이라도 토닥거려 줄 테지만 남자 동기를 포옹하기에는 나는 꽤나 보수적이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시간을 어영부영 지나갔고 나는 그 남자아이에게 적절한 위로를 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 남자아이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대학교 2학년 때 군대를 가지 않았다. 그래서 4년 내내 그 아이도 나도 휴학을 하지 않았기에 늘 붙어 다녔다. 그래서 둘이 사귀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신입생 오티 때 일이 마음에 걸려서 한 번은 그 이야기를 끄집어 낸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엄청 부끄러워했다. 제발 내 기억 속에 그 일을 지워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난 그때 그 일을 언급한 것이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는 자신이 운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 아이 역시 남자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의 눈물 2
같이 사수, 부사 수로 일하던 선배가 있었다. 업무능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아서 내가 많이 믿고 의지하는 선배였다. 한 번은 큰일이 있었다. 기존 업무에 추가적으로 더 일을 하게 되어서 업무능력이 뛰어난 그 선배가 차출되었다. 어려운 여러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그 와중에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른 업무를 하다가 기존 업무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같이 일하던 타부서 간부가 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고성이 오고 갔다. 그때 나는 선배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눈에 힘을 주고 떨어지려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눈에 촉촉이 맺힌 눈물은 선배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부서 간부는 선배가 한 수고를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다른 부서에 가서 선배를 두둔했다. 난 선배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오래 고민했지만 아무런 결론에 도달하지 못 한 채 그냥 시간이 흘러갔다. 사실 오랫동안 그 선배랑 일하면서 그 일에 대해 내가 아무런 위로의 말을 하지 못한 것이 내내 짐이었다. 맞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그 선배에게 더 안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느낌상으로는 그랬다. 여자 후배에게 일 잘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남자 역시 여자만큼이나 나약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있다. 내가 겪은 것으로 일반화 할 수 없지만 그런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모두가 슈퍼맨이나 배트맨일 수는 없다. 그들로 고뇌하고 갈등한다. 다시 한번 남자의 눈물을 마주한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