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헤어지면 돼~” 어느 날 라디오를 듣는데 한 남자의 담담하면서 낮게 읊조리는 듯한 노래가 들려왔다. 그때 그 노래가 나의 귀에 바로 꽂혔고 꾸미지 않고 수수하게 부르는 음성에 아 이 노래 뭐지? 곧바로 노래검색을 통해서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라는 노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찬찬히 가사를 음미하면서 노래를 감상하였다.
힘을 빼고 불렀지만 그 속에서 간절함과 애절함도 느껴지고 덤덤함도 느껴지는 어찌 보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노래였다. 나는 그 심심함이 참 좋았다. 감정이 휘몰아치는 듯한 노래도 좋지만 ‘그때 헤이지면 돼’처럼 힘을 거의 뺀 노래가 듣기에는 더 편하게 들렸다. 마치 우리가 운동을 하거나 할 때 힘을 빼라고 하는 것처럼.
여기 서로 호감이 있는 남녀가 있다. 그들은 주변시선 때문에 시작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때 한명이 용기를 내서 그럼에도 우리 사랑을 시작해 보자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얼마나 멋진가? 서로 호감을 느끼고 막 시작하려는 단계. 호기심, 걱정, 두려움 등등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그러한 시점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세요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사랑을 시작하기를 주저하는 상대방에게 자신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면 사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말하면서 은근히 설득시킨다. 단지 자기를 안아만 달라는 말!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사랑하는 법이 그냥 안아만 주면 된다는 것으로 상대방을 꼬시려들다니 주저하는 상대방도 피식 웃으면서 마지못해 승낙할 것 같다. 연인이 되어서 헤어질 수도 잘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미정인 상태이다. 그런 상태가 더 불안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좋다면서 안심시킨다.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
호감 있는 남녀사이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벽들. 한명은 취준생일 수도 한명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둘의 감정에 충실하자고 한다. 사랑하는데 둘의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에 시선을 신경 쓰고 남에게 소개해도 그럴싸한 연인을 가지길 바란다. 학벌, 외모, 직업 등을 점수화하고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세상이 아닌가? 이런 세상에 타인의 시선에도 당당히 연인이 되어보자는 고백! 멋있다. 우리를 비웃는 세상에 더 사랑하는 것으로 갚아주자고 다짐한다.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사랑을 시작하는데 벌써 끝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슨 심정일까?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시작하자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시작이 두려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느꼈다.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헤어지면 되니깐 어렵게 사랑을 생각하지 말자. 힘든 시절이 오면 그때 헤어지면 되니깐 지금은 그냥 사랑하자. 얼마나 사랑하면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더 많이 사랑하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노래 부르는 화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
한강을 걸으면서 이 노래를 하염없이 반복해서 듣는데.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시작할 때 이 노래처럼 헤어질 것을 예상했더라면 덜 힘들었을까?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들 속에서 마음의 생채기들이 나는 것에는 감정의 후폭풍이 존재한다. 그래서 다시는 사랑을 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하겠다는 노래를 들으니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