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00야.
오랜만이야. 너와 헤어진지도 일 년이 넘었구나. 이렇게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너에게 쓰는 이유는 이제 너와의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있게 되었기 때문이야. 너와의 만남의 순간들은 싫든 좋든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이고 난 그것을 이 시점에서 한번쯤 정리하고 싶어. 그래서 쓰는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이렇게 쓰려고 보니 먼가 구질구질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병원이었지. 둘 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옆 병실에 있던 너를 만났어. 그 당시 내가 너의 어떤 모습에 빠진 것인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 기억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병원에서 심심하던 차에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가까워졌어. 병원에 있다 보니 시간이 남아 하루 종일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어댔지. 퇴원 후에 본격적으로 사귀었고.
네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 한 것도 집이 서울이 아닌 울산인 것도 상관없었어. 있는 그대로 네가 좋았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지. 넌 "나 어디가 좋아?'라고 묻곤 했고, 난 그냥 좋다는 했지만 넌 그걸 잘 이해하지 못했어. 너 생일날 밤을 새워 파티를 위한 요리를 만들 줬었지. 사랑하는 너에게 줄 음식을 만드는 거였기에 못하는 요리를 열심히 했어. 나 누구한테도 그렇게 한 적 없어. 너라서 그랬어. 난 너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너의 순수함이야. 그전에 속물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지쳐있었어. 사람 자체보다 직업, 연봉, 재산 등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말이야. 그러던 차에 아직 사회 때가 덜 묻은 너를 만난거야.
서울 울산간 장거리 연애였지만 우리는 많은 추억을 쌓았어. 남들이 장거리연애 힘들지 않냐고 해도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 사실 정말 괜찮았어. 나도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자주 못 보는 장거리연애가 더 편했어. 가끔 만나서 더 애틋했고 서로에게 더 충실하려고 했기 때문에 데이트 할 때 마다 새로 왔어. 제주도, 대구, 경주, 강릉 등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행도 많이 했고 너랑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이 많아.
그런데 너랑 헤어지기 훨씬 전부터 너와의 이별을 생각했어. 내가 좋아하는 sg워너비 신곡 발표현장에서 신곡을 듣는데 문득 너랑 헤어진다면 나의 심정이 그럴 것 같았어. 그리곤 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랑 라라랜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 주인공들의 결말을 보면서 우리의 결말로 그럴 수 있겠구나. 그렇게 서서히 나는 변해 갔나봐.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난 지쳐갔어. 난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어. 애써 나도 나의 감정을 속였던 거야. 나 끊임없이 배려하고 이해해야 되는 상황의 반복 속에 서서히 너에 대한 감정이 식어갔어. 너의 순진하던 모습이 나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졌고 내가 힘들고 지친 상황일 때 나에게 달려와 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었어. 너는 그대인데 내가 변한 것이지.
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너는 놀라워했지. 고작 그런 이유로 헤어지냐고 그래 이유는 그게 아니었어. 난 쭉 헤어질 것을 생각하고 있었고 구실을 찾고 있었어. 그러던 차에 사소한 일에 핑계를 대서 너에게 헤어지자고 한 것뿐이야. 내가 솔직하지 못했고 비겁했던 것은 인정해. 그런데 그게 너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의 감정을 다 말했다면 너는 아마 큰 상처를 받았을 테니깐.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줄 알았어. 처음 마음 그대로 안 변할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고 나도 변해가더라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걸렸어.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너에게 편지를 쓰고 이러한 변명들을 하는 것이 아무 의미 없는 것 알고 있어. 구차하고 찌질해도 이런 모습도 나야.
너와의 만남을 후회하지는 않아 그리고 헤어짐도…사랑하는 동안 최선을 다 했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할꺼야. 너와의 사랑으로 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인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 이젠 추억으로 남길께.
00아, 잘 지내고 나도 잘 지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