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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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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동생 결혼식에 갔다.

나에게 올케가 생긴 것이다.

올케라는 단어 대게 이질적이다.

나한테 형부는 있었는데 올케라니…

요즘은 이름 부른다면서 이름 부르자던데

내가 먼저 당사자 의견을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예식이 끝나고 드레스를 갈아입고 보는데 올케 배가 좀 나온 것 같았다.

내가 엄마한테 혹시 임신했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모른다면서 그러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첫째, 둘째 언니도 혼전임신으로 결혼했는데 그때 엄마의 반응이랑 사뭇 다르다.

큰 언니는 어린 나이게 임신을 했고

아마도 언니는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에 집을 빨리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는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과 우울한 나날을 보냈었다.

둘째 언니는 출산 임박해서 엄마한테 말했는데

미리 말 안 것에 대한 배신감에 엄마 대노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남동생도 혼전임신일 수 있다는 말에는 흐뭇한 미소로 답하였다.

할머니는 오시지 않아서 전화드렸더니 할머니 이제 기저귀를 차고 계신다고 했다.

이제는 소변 나오는 것도 모른다고 하시는데 너무 슬펐다.

할머니는 어서 손주가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대가 좀 끊어지면 안 되냐고 하니…

할머니 펄쩍 뛰면서 안된다며 하시는 데 순간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왜 시집 안 가냐며 또 타박을 했다.

내가 ‘일부종사’ 못하겠다고 하자

할머니가 ‘일부종사’가 좋은 팔자라면서 ‘일부종사’의 중요성을 늘어놓았다.

자식 있으니 이렇게 돌봐주고 좋지 않냐며

너는 늙어서 아프면 어쩔 거냐면서 계속 뭐하고 하셨다.

내가 돈 벌어서 간병인 쓸 거라고 하자 간병인이 잘 해주냐며…

결론은 또 니 마음대로 살아라며 결론이 났다.

하여간 할머니는 못 말린다.


#남동생#올케#형부#엄마#혼전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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