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마음...

by 윤슬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한다. 아직 고등학교 때 쓰던 교과서가 책장에 꽂혀있다. 이렇다 보니 집안은 물건들로 가득가득하다. 책은 책대로 옷은 옷대로 더 넓은 공간을 쓸 수도 있는데 좁은 공간에서 아등바등거린다. 왜 버리지 못하는가? 물건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있다. 물건을 보면 그것을 샀을 때 그것을 사용했을 때가 전부 생각이 난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도 안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일 년 동안 한 번도 안 쓴 물건은 버려야 한다. 막상 버리려고 보면 마음이 안쓰러워 버릴 수가 없다.


물건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추억과 함께. 다 변명인 줄 알지만 그렇다.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다. 매체에서 하얗고 깨끗한 방에 딱 필요한 물건들만 배치된 것을 보면 아 나도 다 버리고 저렇게 살아야 지하는 생각도 든다. 막상 버리려고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언젠가는 버려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이다.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것들과 한 추억을 아직은 더 이야기하고 싶다.


물건들과 작별할 시간이 필요하다. 버리면 기억도 안 날 것이라는 것 나도 안다. 가끔 추억을 소환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일기장을 보고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읽고 그러다 보면 그 시절로 내가 돌아간 듯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기억은 언제나 왜곡되어 기억되긴 하지만 객관적인 물건을 보면 또 다른 게 해석된다. 물건을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들을 느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내가 매일 달라 지닌 깐. 느끼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매일 변한다.


물건들이 내가 달라지는 증거들이다. 나의 역사이다.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가끔 과거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할 때도 있다. 과거라는 필터를 끼우면 뭐든 아름답게 느껴지기 땜문이다. 과거 힘들었던 순간조차 아름다웠다 말한다. 대학시절 자주 가던 김밥집이 있었다. 이름이 ‘러브체인 김밥’이었다. 가격은 다소 있었지만 맛있는 맛에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 졸업 이후도 꽤 자주 갔었다. 갈 때마다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내 추억을 일부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나의 과거의 추억이다. 살아온 역사이고 되돌아보고픈 마음이 든다. 나의 일부분 같아 꼭 나를 버리는 기분이 든다. 엄마 말을 빌리자면 이고 지고 살아가고 있다. ‘죽을 때 가지고 갈래’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죽을 때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다 버리고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이 세상에 내가 남긴 흔적이 다 사라지고 나마저 사라진다는 사실이.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내 물건이 박물관에 전시될 리 없지만 나라는 사람도 있다 갔다는 것을 남길 물건 하나 없을까?


인생이 덧없다. 나는 무엇이고 무엇을 하다 한평생을 살다가는 가? 이런 고차원적인 물음을 하게 된다. 물건에서 시작해서 존재의 근원적 질문까지 한다. 물건은 나에게 있어 또 다른 자아다. 물건을 살 때의 이유, 느낌, 사용할 때의 상황까지도 기억한다. 히스토리의 일부이다. 이런 집착을 버리고 관조하는 삶을 바라기도 하지만 그러기 어렵다. 노력은 늘 한다. 잘 안될 뿐. 버리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조금씩 조금씩 버려야겠다. 다 버리는 날이 세상을 떠나는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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