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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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가 내리고 이제는 낙엽도 다 지고 가을이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다.

토요일 혼자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서 이 가을을 즐기지 못해서였다.

원래는 한양도성 1길을 따라 등산(?) 하고 한양1길은 거의 등산 코스이다.

성북동으로 내려와서 길상사를 갈 예정이었다.

경복궁역에 내리는 박물관에서 활옷 전시를 하고 있었다.

원래 나는 옷도 좋아하고 전통복식사 수업도 들었었다.

전통의상에도 관심이 많다.

활옷은 원래 공주가 결혼할 때 입는 옷인데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이었지만

일반 백성이 결혼할 때는 활옷을 입는 것을 허용했다.

우리가 전통결혼식할때 입는 여성복이 ‘활옷’이다.

전시를 보는데 조선말에 서양사람이 찍은 우리 결혼식 영상이 있었다.

신랑 신부는 10살 정도로 추정되었다.

그 꼬마 여자 신부는 울고 있었다.

남자 신랑은 좋은지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얼굴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했다니…

둘 다 절도 제대로 못해서 옆에 어른들이 강제로 해주고 있었다.

둘 다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다.

16살에 위안부 안 끌려가려고 할아버지와 결혼한 할머니도 생각났다.

전시를 보고 지나가다 발견한 박물관에 가서 신기한 전시도 봤다.

작품들이 매우 특이했다.

구경하고 창덕궁 가려고 표를 사고 물하나 사려고 편의점 가는데 한복대여점이 있었다.

내가 한복덕후라 난 한복이 집에 많고 이제 한복을 어느 정도 볼 줄 안다.

궁궐 앞에 대여하는 기타 싸구려 한복보다 고급져 보여서 들어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복을 입어야겠다면서 한복을 고르고 있었다.

사장이 다른 분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자기가 개업한지 한 달 되었는데

뭣도 모르고 비싼 한복을 구매했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보니 대체적으로 한복 상태가 고급지고 양호하였다.

한복을 곱게 입고 창덕궁에서 쉬다가 익선동으로 향했다.

개량한복집에서 엄청 마음에 드는 치마가 있었는데 패스했다.

다른 빨간 원피스가 있었는데 등에 굉장히 큰 리본이 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쪽가위로 자르면 리본이 잘리듯 하여 과감히 샀다.

그리고 광장시장으로 갔는데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겨우 마약김밥 사서 집에 가려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도 종로였다.

만나서 청계천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배가 고파서 내가 산 마약김밥 먹고 헤어졌다.

그 사이 화장실에서 그 등판에 리본은 내 손으로 잡아서 뜯어냈다.

계획적인 삶도 좋지만 즉흥여행도 재미난다.


#가을#전시#활옷#미술관#즉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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