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난 새로운 사실 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하고 나서 난 회사에 대한 것은 쓰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힘든 회사 생활의 도피처 같은 것이었다.
글 쓰는 순간은 회사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나리오 학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쓰라는 말이었다.
의사가 의학 드라마를 쓰고 변호사, 판검사가 법정물을 쓰는 세상이라면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잘 쓸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과외하는 아이 꿈이 pd라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해서 콘텐츠를 고민하길래
나랑 아이랑 나눴던 이야기를 소재로 하라면서
너무 멀리서 콘텐츠를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는데…
사실 나도 그렇게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하기 싫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 대해 쓴다는 것은 퇴근하고도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의 아픔을 끄집어 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마주해야 한다.
조직의 냉정함, 승진을 두고 다투는 경쟁, 상사에게 받은 모멸과 수치감,
성추행, 동료의 배신 등 회사 화장실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나의 과거를 소환해야 한다.
그것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볼 수조차 없었다는 말이 맞다.
이제는 나도 용기가 생긴 걸까?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마음속으로 거부하던 것에서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된 것일까?
쓰기도 전에 내 몸이 아파지고 가슴에 먼가 묵직한 것이 있는 기분이다.
저 깊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마음을… 아 무엇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예술은 참 잔인한 것 같다.
타인의 고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니 말이다.
결국 나의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강해졌다 생각했지만 또한 아닌가 보다.
결국 돌아돌아 난 제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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