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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냐 Feb 07. 2024

일하면서 웃을 수가 있다?

괌 현지인들은 그렇더라구요

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과 많은 것이 반대인 곳이었다. 따스한 햇빛, 푸릇푸릇한 잎사귀, 사람들의 여유로운 발걸음...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국과 반대였다. 그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마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마트의 계산대에서도, 식당에서도, 호텔 데스크에서도, 옷가게에서도, 공항에서도 직원들은 웃는 얼굴로 이렇게 인사해 주었다.


"Happy day~"

"Good morning!"

"Good evening!"

"Good night!"

"Have a good day~"


관광지라 사람들이 붐비는 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인사해 주는 그들이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마감 직전까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떻게 항상 웃을 수 있는 걸까? 정말 행복해서 웃는 걸까?




괌 사람들이(현지인들을 이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일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1) 쨍쨍하고 맑은 날씨

괌은 열대기후에 속하지만 낮 기온이 32℃ 이상이거나 밤 기온이 21℃ 이하인 경우가 거의 없으며, 열대성 폭풍이나 태풍을 제외하면 바람도 시속 6~19㎞ 정도로 약하게 분다.(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 햇빛도 너무 뜨겁지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다. 한 마디로 사람이 살기 딱 좋은 기후이다. 날씨가 좋으면 사람의 기분도 들뜬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괌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에서 살아가니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즐거움이 크게 자리 잡은 게 아닐까?


2) 일하는 시간이 적음

괌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신기해서 렌트한 자동차를 반납하며 그들이 일하며 웃을 수 있는 까닭을 한국인 주인분께 여쭈어보았다. 그분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일하는 시간이 짧아서 그래요. 여긴 관광지지만 가게들이 문을 빨리 닫아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크리스마스나 새해 같이 쉬는 날에도 문을 여는 가게가 없었어요. 지금은 여는 가게가 조금 생겼지만 그마저도 일찍 닫고 그 사람들끼리 놀기에 바빠요."


아, 그렇구나... 약간 씁쓸해지는 대답이었다. 우리나라는 노동 시간이 중남미 빼면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기 때문이다(한국경제). 노동 시간이 적으니 여유를 가지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더군다나 일이 끝나면 직장에서의 전화도 받지 않고 퇴근 후의 시간을 온전히 즐긴다고 하니, 한국보다 직장으로부터의 스트레스가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완벽하게 지켜지는 곳이 바로 여기다.


3) 여유로운 분위기

괌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직원들의 일처리 속도였다. 괌의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지만 느리다(한국인 직원을 제외하고). 호텔에서 체크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체크인 처리를 할 동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는 데도 오래 걸린다. 또 직원에게 피클이나 음료 리필 등 무언가를 부탁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알겠다는 표시로 엄지를 척 들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손님들은 불평불만하지 않는다. 한국인 손님들도 한국에서는 컴플레인을 걸었을 법한 상황에도 괌에서는 그냥 조용히 기다린다. 괌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손님들은 답답할 수 있을지언정 일하는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밝은 모습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4)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의 밝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 그렇게 된다. 괌 사람들도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일하게 된 것 같다. 생기 있는 표정으로 부탁하고, 대화하고, 가끔 농담도 하는 그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에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보았다. 안타깝게도 회색빛 무표정의 얼굴들만이 떠올랐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 웃으면 행복해진다 등의 말들은 너무 많이 들어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 말들은 더 이상 나에게 웃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괌에서 현지인들의 웃는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괌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 4가지 중 현재 한국에 해당되는 것은 없다. 우리의 겨울은 춥고 어두우며, 근로 시간은 너무 길고, 급하고 여유 없는 분위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없다. 하지만 웃는 이유가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주변 환경들을 변화시켜 갈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날씨와 근로 시간을 웃으며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웃으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표정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웃음으로써 다정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부로 되도록 밝은 표정을 유지하는 일을 실천해보려 한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잔잔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 미소가 비록 입꼬리만 억지로 올린 것이라 해도. 계속 실천하다 보면 웃음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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