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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4. 2024

책은 사서 읽는 게 제맛이죠!

통장은 잠시 눈 감아...

나는 대부분의 책을 사서 읽는다. 간혹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 이북 어플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책을 사서 읽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은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다른 곳에 쓰는 돈을 줄여서라도 책을 사고 싶다. 애독가이자 책 수집가로서 왜 이렇게 책 사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책장이 채워지는 흐뭇함

책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집의 즐거움이다. 책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든든하고 흐뭇하다. 자취를 시작하며 방 한 귀퉁이에 쌓아놓았던 책들에게 집이 생겼다. 더미로 쌓여있을 때보다 책장에 가지런히 정돈이 되니 책이 늘어가는 것이 더 확실하게 보여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어차피 저 책들을 전부 다시 읽을 것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책을 수집하는 것과 다시 읽는 것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걸 이해하셨으면 좋겠다. 책을 언젠가 다시 읽을 수도 있으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좋아서 구매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종이의 질감, 종이향, 종이 넘기는 소리 등 모든 것이 좋다. 책의 물성에 대한 사랑은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책을 소유하면 그 책의 내용도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므로, 책장이 채워지면 나의 내면이 그만큼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사실 책을 소유하는 것과 그 책의 내용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책을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고, 나의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니 굳이 바로잡지 않으려 한다.



2) 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음

책을 사는 두 번째 이유는 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독서할 때 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한다.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면 책장의 한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긋고, 연필로 메모도 한다. 책을 다 읽으면 맨 뒷페이지에 완독 날짜와 한줄평을 적어둔다. 이렇게 밑줄 긋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후에 독서노트를 작성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독서 데이터를 만든다.


이러한 습관 때문에 책을 빌려서 읽을 때나 이북으로 읽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땐 책 귀퉁이를 접거나 밑줄을 치지 못하니,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바로 필사해야 해서 흐름이 끊긴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아도 일일이 적기가 귀찮아 그냥 넘어갈 때도 있다. 이북 어플을 이용할 땐 마음껏 표시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빌려 읽을 때보다 편리하다. 하지만 메모한 내용이 화면에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편하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서 원하는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독서노트를 정리할 때 번거로운 점이 많다.


내가 산 책들에는 나의 독서 흔적이 남아 있다. 나중에 책을 펼쳐보면 그때의 생각들,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과거에 썼던 일기장을 읽을 때처럼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나만의 역사가 담겨있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단점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껄끄럽다는 것이다.



3) 제목을 보며 독서 경험을 떠올림

마지막 이유는 제목을 보며 독서 경험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셜록현준> 채널에서 책장을 보며 나의 생각의 흐름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었는데, 그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가끔 심심하면 책장을 가장 위 칸부터 아래 칸까지 쓱 훑어본다.  그때마다 각각의 책을 읽을 때의 상황과 나의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 도서관에서 화려한 상류층의 파티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기억이 떠오르고, <명랑한 은둔자>를 보면 내 이야긴가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불안할 땐 뇌과학>을 보면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이동진 평론가는 책을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라 책을 고르거나 책 표지를 보는 것조차 독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책 등을 훑어보며 독서 경험을 떠올리는 것도 나에겐 소중한 독서이기에 이 말이 위안이 되었다. 책장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남의 집 책장 구경이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우리 집 책장 구경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그 분야에 아낌없이 소비하고 싶은 게 사람의 속성인 것 같다.

나에겐 그 분야가 운동이나 패션, 아이돌 등이 아닌 책이다.

통장이 좀 가벼워지긴 하지만 그로 인해 삶에 활력이 생긴다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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