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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냐 Apr 03. 2024

'나다움'이라는 허상

어느 자의식 과잉 현대인의 깨달음

글을 안 쓴 지 한 2주 정도가 지났다. 생각보다 시간은 금방 가고 글을 쓰지 않아도 나라는 인간은 잘만 살아간다. 말보다 글이 편한 방구석 애독가, 방구석 작가는 어디로 갔는가! 오늘 든 생각은 이와 관련이 있다. 나는 스스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글을 써야 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뭐야 글을 쓰지 않고도 나는 여전히 나로 잘만 살아가잖아… 심지어 글을 쓰지 않은 그 시간이 더 편했다.


글쓰기로 예를 들었지만 최근 이외에도 ‘나답지 않은’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지저분한 집을 방치한다던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누군가를 초대한다던가,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하루를 보낸다던가, 이렇게 소위 나다운 속성을 잃어버린 나는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인가? 그 순간들에 나는 나답지 않고 어땠던 거지?


내가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나는 나였다. 다만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을 뿐. 나는 스스로를 ‘계획성 있고 부지런하며 독립적이고 깔끔한 사람’이라는 틀 안에 넣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들은 있었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질책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다움’이라는 것은 내가 대외적으로 혹은 나 자신에게 보일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은 아니다. 나는 대체로 그런 사람이다. 즉 그런 경향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제부터 나다움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나다움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나는 나의 경향성에 따라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답게 글을 써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어딘가 헛헛해서 맥주 한 잔 하며 이 글을 쓰는 나처럼. 매 순간이 청결하진 않아도 집안을 어느 정도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는 나처럼. 인간은 각자의 경향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니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이 나다움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그것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인식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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