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최종최종최종본
아직도 MBTI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논리적이고 더 설득력 있는 반박을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필자는 ‘MBTI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1) 신뢰도가 낮음
통계학에서 믿을 수 있는 검사 도구를 판단하는 중요한 두 가지의 기준이 있다. 바로 신뢰도와 타당도이다. 그중 신뢰도는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측정하는가의 정도이다. 즉, 신뢰도가 높은 검사는 반복되는 측정에도 어느 정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발 치수를 측정한다고 해보자. 아침에 측정하는지 저녁에 측정하는지에 따라 약간의 오차가 생길 수 있으나 언제 측정하던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즉 발 치수의 측정은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MBTI 검사의 경우 검사 결과가 빈번하게 바뀌므로 신뢰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MBTI를 구성하는 지표들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둘러싸는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주위에 MBTI 결과가 E에서 I로 바뀐다거나 P에서 J로 바뀌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을 것이다.)
2) 타당도가 낮음
타당도란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측정 도구가 실제로 정확하게 측정하는지에 관한 정도이다. 예를 들어, 영어 듣기 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검사 도구를 영어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문항으로 구성했다면 이 검사는 타당도가 낮은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목적으로 MBTI 검사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MBTI의 타당도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본질적인 성향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MBTI 검사를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에 따른 MBTI 검사는 타당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MBTI 검사 결과는 사람을 둘러싸는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이의 본질적인 성향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들에서는 면접 때 mbti를 질문하여 면접자의 행동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때에도 MBTI의 타당도는 낮다. 왜냐하면 같은 MBTI 유형 간에도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행동하며, 다른 MBTI 유형 간에도 비슷한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수많은 편견과 오해를 낳음
MBTI가 유행하는 세상에선(즉 한국사회에선) 어떤 행동을 하든지 MBTI라는 기준으로 해석된다. 그 예로,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아 '힘들었겠다'하며 반응하면, ‘역시 F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반면,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너 T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렇듯 흑백논리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즉 상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F와 T의 차이점은 상대의 처지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성향인가, 타인에게 쉽게 동조하지 않고 분석적인 성향인가의 차이이다. 하지만 사실 공감이란 것은 경험한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져 본 사람은 낙방의 괴로움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게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F인간이 아니라 낙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 따라 T가 될 수도, F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긴 편견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강박을 느끼게 된다. 가령, J(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성향) 인간의 경우 거의 칸트처럼 비치는 경향이 있다. J인간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충 임한다면 비난을 듣게 된다. “너 J 맞아?”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J 성향의 사람들은 계획적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을 갖게 된다.
4) 저작권 이슈
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검사는 유사품이다. (국내에서 저작적 효력을 갖는 검사는 마이어스 브릭스 재단과 한국 MBTI 연구소 등에서 제공하는 검사에 한정되어 있다.)
이 완벽한 논리를 정립하고 뿌듯함과 기쁨에 차올라 지인에게 당장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지인의 반응.
“너 혹시 ISTJ야?”
“…”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