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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May 16. 2021

홍천, 산으로캠핑장

20210423-20210425

캠핑을 위해 미리 사둔게 많아서 마트에서 장을 따로 안보고, 가던 길에 휴게소 있으면 물이나 사자 하고 출발했다.


각자 들고온게 많기도 많았다. 나는 컬리에서 미리 사둔 소고기,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동네 맛집에서 미리 주문해놓은 샤브샤브를 들고왔고 친구들은 각자 먹태며 맥주며 바리바리 싸들고 차에 탔다. 다들 들고온게 얼마나 많은지 트렁크부터 시작해 2열까지 꽉 채워서 출발했다. 조금만 더 짐이 많았으면 사람을 놓고 캠핑장에 가야 할 판이었다.


저것이 캠핑 짐인지 사람인지... 다들 이렇게 다니나?




휴게소는 가평 휴게소를 들렀다. 넓고 쾌적해서 다음에 이 방향으로 갈 일이 있으면 또 들르고 싶다.




첫 날은 항상 빨리 해가 지는 것 같다. 텐트 펴고 밥 먹을 준비를 하는 사이에 해가 다 졌다.


이 날은 중고로 산 텐트를 처음 피칭하는 날이었다. 헬스포츠의 바랑에르돔 4-6인용 모델인데 야전침대 3개를 넣으니 꽉 찼다. 아무래도 2인이 널널하게 사용하는 모델인 모양이다. 안에 이너텐트를 넣으면 좌식으로 4인까지는 잘 수 있다는데 이너텐트까지 구입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으로는 샤브샤브를 먹었다. 칼국수에 죽까지 다 먹고 배를 땅땅 두들기며 일어났는데 잘 때 되니까 다 꺼졌다. 이것이 여행의 힘인가...






다음날 아침. 날씨 운이 좋았다.


캠핑장에 아직 다 지지 않은 꽃들이 하루종일 꽃비로 내렸다.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 내려마셨다.


요새 핸드드립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원두는 부모님이 주신게 하도 많아서 한동안은 이 원두 저 원두 테스트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붓고 하는 모든 과정이 재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추천하는 취미 중에 하나.




점심은 간단하게 집에서 가져온 것들로 먹었다.




점심도 다 먹었겠다, 시원하게 샤워도 했겠다 모든 욕구가 해결된 여자 셋은 불 피워놓고 장작불에 먹태 살살 구워먹으며 유유자적




작은 화로에 천천히 먹태를 구워서 마요네즈를 찍어먹으니까 심심할새도 없었다. 2박 3일 캠핑을 하면 가장 좋은 순간은 첫째날 저녁, 그리고 둘째날 낮이 아닐까?


야전침대를 죄 밖으로 꺼내서 눕고 가운데에는 화로를 놓고 작은 불을 피웠다. 카페 같은 곳에 앉으면 왠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야외에 나와서 대화를 하면 얘기가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친구 하나는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겠다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부모님 집에 다녀왔는데 엄마 왈 내가 사는 모습이 참 걱정스럽다고 하셨다. 남들은 다 일 하는데 왜 너는 벌써 은퇴한 사람처럼 놀러만 다니냐고.


서른 한 살이 한참 일을 하기에 좋은 나이이기는 하다. 이십대의 미숙함과 조급함은 조금 덜어졌고 경험은 쌓였고 아직 일을 할 에너지와 체력은 남아있고 여러모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기에 적당한 나이인 것 같다. 그런데 놀기에도 참 좋은 나이다. 아직 책임을 질 일들이 많지 않아 자유롭고 에너지는 많다.


일을 아주 안하지는 않고 나름 온라인 강의 기획이며 제작이며 놀기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일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 눈에는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영 불안하실수도 있을 것 같다. 엄마의 걱정도 이해가 되고, 나도 이해가 된다. 당분간은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


이것도 하고 싶을 때 해야지, 나중에 가면 그걸 어떻게 했다 싶다. 인도와 미얀마 여행도, 호주에서의 짧았던 생활도 다 그렇다.






마지막날 아침 텐트 안 풍경




텐트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가 일렁거리고 새소리가 들렸다.




밖에 나가보니 내린 꽃비



친구가 찍은 사진


떠나는 날까지 날씨가 이렇게 좋을 일이냐


친구가 찍은 사진



남은 장작을 마저 태우고 출발했다.


친구가 친구를 찍은 사진



돌아오는 길에 숯불 닭갈비도 먹었다. 홍천, 춘천 방향으로 여행을 한다면 앞으로도 마무리는 닭갈비다. 정말 맛있었다.




오늘의 선곡은 90~00년대 메들리


어른들이 옛날 노래만 듣는걸 보고 '왜 저래...' 하던 아이는 커서 레트로, 복고라는 단어로 내 자신을 합리화하며 90~00년대 노래만 들으면 피가 끓는 30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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