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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Sep 14. 2022

아무거나 될 거야

장래희망

"상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그냥 생각 없이,

딱히 의미 없이,

크게 기대감도 없이,


습관처럼 던지는

구닥다리 못된 질문이었다.


"아무거나 될 거야. 아무거나!'


상우도 역시 귀찮다는 듯

툭 내뱉은 대답이었다.


잠시 멍해졌다.


항상 무언가 될 거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던 상우였기에

대충 성의 없게 대답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데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이 대답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질문자로서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나는,

대답의 성의 없음이 아니라,

신선함에 초점을 맞춰 반응해주기로 했다.


어쩌면 "뭐가 되고 싶어?"라고 던지는 질문 자체가

7살 상우에게 진지하게 묻는 게 아닌,

현재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 38살 경력단절녀인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휴... 난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뭘 하면 좋을까?

넌 어때? 넌 뭐가 되고 싶어?"

같은...


그래서 상우의 '아무거나 될 거야!'라는 말이 신선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마치 진짜 내게 해주는 위로 같은 대답이어서.


다행이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래!

지금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거나'라도 되어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난 뭐라도 하고 있는 사람이니깐.


"아무거나 될 수 있다고? 그거 진짜 멋지다!"


이번에는 상우가 예상치 못한 엄마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자기 전에 넌지시 내게 와 속삭였다.


"엄마,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될 거야."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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