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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Sep 17. 2022

차라리 모른 척해줄래(2)

가족의 장애 이해

엄마를 참 좋아하는 상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상우는

하원할 때 태권도 선생님이 아닌 엄마가 오면 교실에서부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나온다.

오늘도 그랬다.

그러나 내 얼굴은 이미 아까부터 굳어져 웃어줄 수가 없다.


둘째들은 눈치가 빠르다던데 우리 상우는 눈치는 잘 보지만 눈치가 없다.

엄마는 표정도 말도 없이 걷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학원에 가는 날이라 차에 올라탔다.

"김상우"

낮게 깔린 묵직한 음성으로 성을 붙여 부른다는 것.

아무리 눈치 없는 상우라도 알고 있다.

이것은 레이스의 출발을 올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이제부터 나는 너에게 화를 내며 잔소리 폭격을 날릴 것이라는 스타트 신호인 셈이다.


"왜요?"

"아까 엄마가 상우를 데리러 오는 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무슨 소리요?"

"'상우 형아는 장애인이래. 말을 못 한대. 집에서도 끼긱끼긱 하고 말한대.'라는 소리."

"형아가 못 하는 거 사실이잖아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안돼요?"

욱 게이지 증가.


"사실을 말하는 건 되지.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사실을 말하는 건 안 되는 거야."

말이 없는 상우.

그렇다면 이제 스킬의 스피드를 올려 콤보 공격에 들어갈 타이밍이다.


"친구들이 상우한테 '상우는 말을 참 잘해!'라고 말하면 상우는 기분이 어때?"

"히"라고 말하며 웃으며 손뼉 친다. 좋다는 뜻이다.


"좋지? 그런 건 말해도 되는 거야.

그런데 친구들이 상우한테 '상우는 말을 못 해!'라고 말하면 상우는 기분이 좋아?"

"으"라고 말하며 눈을 위로 치켜뜨고 주먹을 쥔다. 화났다는 뜻이다.


"기분 안 좋지? 그런 건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사실이라도 다른 사람은 마음을 다칠 수가 있다고.

상우가 그런 말을 해서 형도 엄마도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는 왜 아픈 거예요?"

"가족이니까! 상우는 친구들이 '상우 엄마는 못생겼어. 이상해.'라고 이야기하면 기분이 좋아?"

또 눈을 위로 치켜뜬다.


"상우가 '상우 엄마는 못생겼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쁜 건 엄마는 상우가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이야.

가족은 원래 그런 거거든. 슬퍼하면 같이 슬퍼지고 기뻐하면 같이 기쁜 거.

그런데 상우는 오히려 형아가 마음 아플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했어. 그것도 웃으면서 즐겁게.

그렇다면 너에게 형은 가족일까?"

이제 회심의 라스트 팡을 할 차례.


"미안하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형을 만나도 차라리 모른 척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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