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와 더불어 사는 백운산 물고기 한 마리.
이름은 카우.
말랑카우를 먹고 있던 상우가 붙여준 이름이다.
원래는 두 마리여서 한 마리는 '말랑이', 한 마리는 '카우'라고 붙여줬다.
내 딴엔 매우 성의 없게 느껴졌지만
상우 딴엔 진지하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처음 집에 두 마리가 왔을 때,
말랑이는 힘이 넘치고 활기찼던데 반해
카우는 비실거리고 힘이 없고 조그마해서 '금방 무지개다리를 건너겠구나.' 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말랑이는 카우를 꽤나 공격했다.
먹이를 먹을 때도 못 먹게 하고
나름의 영역다툼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강자 쪽 보다 약자 쪽에 마음이 쏠리게 된다.
한 날, 한 시 우리 집에 온 두 녀석인데도
나는 카우 쪽에 더 애정이 더 실리는 걸 느꼈다.
'카우 녀석 힘내라! 지금이야 더 먹어!'
며칠 후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다름 아닌 말랑이었다.
상우랑 나는 베란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 테라스에 잘 묻어주었다.
이후, 평화롭게 지내던 카우에게 위기의 순간이 한 번 더 찾아왔다.
상우가 유치원에서 제브라 다니오라는 물고기를 받아온 것이다.
상우가 붙여준 이름은 제브.
두 물고기는 합사가 가능한 종이라길래 합사를 시켰다.
제브는 마치 말랑이를 보는 듯
덩치도 카우보다 크고 활력이 넘쳐흘렀다.
이 집은 원래 카우의 집이었는데,
제브는 그 집을 빼앗고 마치 자기가 주인이라도 되는 양,
카우를 괴롭혔다.
아...
나라를 빼앗긴 그 침통함이 이런 것이구나 싶게
카우는 조용히 바닥에 숨죽여 살았다.
결국 도무지 카우가 불쌍해 견디지 못한 내가
두 물고기를 분리해 주었고
한동안 각자 잘 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또 제브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마도 어항 물을 갈아줄 때 저항하다가 충격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제일 비실거리고 작고 여려 늘 애태우고 걱정시키던,
이름도 지금까지 마음에 안 드는 - 소도 아니고 - 카우는
3년째 괴롭히지 않는 마리모와 유유자적하며 평화롭게 잘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또 한 마리 인간 카우.
작다고
여리다고
장애가 있다고
늘 애태우고 걱정시키는 그 애 또한
왠지
누구보다 오래오래 잘 살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걱정하고 애태우는 건 엄마가 할게.
너는 그냥 너답게 조용히 묵묵히 끈질기게 살아가 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