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3년째 키우고 있는 마리모가 있다.
마리모가 기분이 좋을 때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더불어 집안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우와 하염없이 마리모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기다려도
마리모는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 우리 집 마리모는 언제 기분이 좋아져요?"
마리모의 기분처럼
상우와 나의 기분도 가라앉아 있었다.
어느 날 판매자 영상에서 마리모를 둥글게 빚어 만드는 걸 본 나는,
마리모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준 후
풀리지 말라고 둥글게 둥글게 모양을 잡아가며 꾹꾹 눌러 빚어주었다.
그리고 깨끗한 물을 채운 어항에 마리모를 넣어주었더니,
마리모가 떴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마리모는 어항 물을 갈아줄 때면 떠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곤 했다.
그랬다.
마리모를 뜨게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리모는 공기의 부력에 의해 떠오르기 때문에
마리모를 꾹꾹 눌러 빚어주면 물기가 빠져 떠오르는 것이었다.
상우는 마리모가 떠오를 때마다
"마리모가 기분이 좋은가 봐요."
라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춤을 추곤 했다.
넋 놓고 기다리기만 했더니 오지 않던 행운이
뜨도록 손을 좀 봐주었더니
어느새 행운이 집 곳곳에 퍼지고 있었다.
상윤이의 다름을 인지했던 것은 15개월 전후였지만,
상윤이가 치료를 시작했던 시기는 36개월이었다.
"왜 이제야 오셔냐."라고 질책을 받았고,
나는 '아무도 방법을 알려 주지 않았잖아요.'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킬 뿐
쓴소리와 질타의 뭇매를 맞으며 묵묵히 견뎠다.
나는 기다렸다.
상윤이가 스스로 말을 하기를,
괜찮아지기를...
남자아이는 원래 느리니깐,
36개월까지는 기다려봐야 된다고 그랬으니깐,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 거뿐이니깐.
나는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나를 만나,
기다리면 상윤이의 말문이 트일 거라 기대하며 하염없이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내 등짝을
짝 소리 나게 후려갈기며
뭐 하고 있냐고
애 이상한 거 모르겠냐고
어서 아이 병원에 데려가 검사부터 받으라고
그게 아니면 센터에서 상담받고 치료부터 받게 하라고
네가 지금부터 움직여야 아이는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손 끌어당겨 일으킨 다음
겉옷 챙겨 발달센터에 보내 밀어 넣어주고 싶다.
"아이가 바뀌길 기대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 봤자
아이는 바뀌지 않아.
바뀌길 원한다면 바뀌도록 해줘야지.
그래야 아이를 바라보며 한없이 우울한 네 기분도
즐거움으로 바뀌고 행운이 찾아오는 기회도 얻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