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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Feb 01. 2023

이제 안녕, 큐티!

사랑하는 햄스터 큐티를 보내며...

이번 작품은 그림이 아닙니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반려동물 햄스터 큐티의 죽음을 글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학교신문에 실린 글인데 딸이 이렇게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딸의 어릴 적 작품들을 다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딸에게 더 잘해줬어야 하는 아쉬움과 미련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자 그럼 햄스터의 죽음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살펴볼까요?



제목 : 이제 안녕! 큐티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날씨 : 하늘이 맑고 시원한 날

날씨를 단순히 '맑음', '흐림'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딸은 '하늘이 맑고 시원한 날'이라고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큐티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물이다. 햄스터이다.
내 생일인 4월 20일 밤 큐티가 죽었다.
예쁘고 깜찍한 내 햄스터 큐티. 자기 집에서 죽었다.
아마 집이 좁아서 답답해서 죽었을 수도 있고, 사람 나이로 말하면 90살이라서 늙어서 죽었을 수도 있다.

이상하게도 생일선물로 데려온 큐티가 딸의 생일날 죽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든 '죽음'이라는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나봅니다.

나름 '왜 죽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을텐데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찾은 이유가 큐티의 입장에서 '집이 좁아서?', '나이가 많이 들어서'라는 답인가봅니다.


그래도 큐티가 하늘나라에 가면 세월호에서 죽은 선생님과 언니 오빠를 만나서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착한 사람들이니까 우리 큐티를 잘 보살펴 줄거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사흘 후에 큐티가 죽었고, 햄스터의 죽음을 세월호 참사로 하늘나라로 간 선생님과 언니 오빠들을 연관지어 함께 슬퍼하고 있는 것을요.

언니 오빠들의 죽음이 딸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의 죽음처럼 너무나 슬펐나봅니다.

딸의 바램처럼 하늘나라로 간 언니, 오빠, 선생님 그리고 큐티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마트에서 7살 때 생일 선물로 데려온 큐티를 매일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나. 잘 해주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버렸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듯 딸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혼자 외로워하는 외동딸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나봅니다.

지금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 당시 키우고 싶어할 때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지 못한게 후회가 됩니다.


아빠는 우리 아파트 앞 나무에 잘 묻어 줬다고 했다. 그곳에 가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더 슬프다.

그때 알았습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는 끔찍한 사실을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파트 앞 공터에 몰래 묻어 주었답니다.


그래도 학교에 가니 종혁이가 날 위로해줬다. 종혁이는 힘들 때 도와주는 아주 마음씨 좋은 친구이다. 학교에서 '햄스터'나 '너희집 큐티라는 햄스터 잘 있지?'라는 말이 나오면 큐티 무덤이 있는 곳에 가서 펑펑 울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딸은 학교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보니 종혁이란 친구와 많이 친했나봅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 집을 건드리면 나오던 귀여운 큐티. 내가 과자 부스러기를 주면 매일 핥아 먹거나 씹어 먹는다. 그 해바라기씨를 입에 담아 놓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자녀를 둔 대한민국 가정이라면 처음부터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못 했을 겁니다.

우리집도 물고기, 거북이, 가재, 햄스터, 고슴도치 그리고 지금의 고양이까지 참 다양한 동물들을 데려와 작은 생명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크건 작건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같을 것입니다.

동물을 통해서 소통과 관계성을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외롭지 않고 따뜻한 아이로 컸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큐티! 하늘나라에서는 슈퍼맨이 되어서 신나게 날아다녀.
큐티 수퍼맨! 큐티맨! 큐티! 귀여운 큐티!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줄께.
슬프니까 이제 그만 써야겠다.

받아들이기 힘들고 슬픈 죽음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답게 위트있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상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작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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