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현악기에서 깊은 선율이
교장이 선배 교사를 대하는 자세
다른 학교로 내신을 내겠다고 경력 많은 선생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나이 많은 선생님이 담임을 하거나 교과를 가르치면 대놓고 싫어합니다."
아직 학교에 더 있어도 되는데 왜 가시냐고 물었더니 갈수록 존재감이 떨어져서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학교에서 더 있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9월 1일 자 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학교에서 저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분을 만난 일입니다.
"어떤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부임 첫날부터 새파랗게 젊은 교장이 교장실로 와달라고 한 것에 대해 잔뜩 못 마땅하다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바쁘신데 젊은 교장이 선배님들을 내려오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고 함께요.
"아 아 아닙니다."
선생님은 교장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니 많이 당황해했습니다.
"교장이 새로 왔는데 우리 학교에서 가장 멋진 선배님한테 인사하고 싶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직급으로는 교장이지만 교사 경력으로는 후배이니까요. 앞으로 저와 함께 좋은 학교 만드는 데에 선배님들의 조언과 지혜가 많이 필요하니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에서 70대 시인 이적요가 한 말입니다. 나이 듦은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움에 '꼰대', '지겨움', '시대에 뒤떨어짐' 등의 가치를 적용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이 나이 든 선생님보다 젊은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저에게 젊은 교장이 더 좋다고 대놓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나이 듦으로써 얻은 삶의 지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이 제일 중요합니다.
나이와 경력,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학생들에게 지식과 삶의 지혜를 주면 됩니다. 젊은 선생님들이 겪지 않은 인생의 여러 장면들을 살아온 선생님은 그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면 됩니다. 학생들은 젊은 선생님들이 전달해 주는 지식과 나이 든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지혜를 함께 먹어야 균형 있게 성장합니다.
젊음과 건강, 패기를 억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젊은 시절에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실천했던 것들이니까요.
오래된 현악기에서 깊은 선율이 울려 나온다.(영국속담)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아프리카 속담)
노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한국 속담)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학교 전체를 살피는 교장은 경력 많고 나이 든 선생님의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먼저 묻고, 먼저 조언을 구하고, 먼저 선배 대접을 해주면 나이 어린 젊은 교장이라도 기꺼이 함께 동참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교직원 전체에게 '2024학년도 학교경영의 방향'에 대한 연수를 진행합니다.
연수를 하기 전에 이미 선배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학교경영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고 도와달라고도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