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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Jan 09. 2024

관심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학교장은 구성원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 (關心)
어떤 것에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


시들어버린 포인세티아(좌)와 스파티필룸(우)


일주일 만에 교장실에 들어오니 아끼는 화분 두 개가 죽어가고 있었다.


내 집무실엔 화분이 많다. 코로나 시국에 침체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지자체에서 한 달에 한 번 공공기관에 화분 하나씩을 보내주었었다. 엔데믹 이후 대부분 지자체는 이 사업을 종료했지만 내가 있는 이곳은 여전히 예쁜 화분을 학교로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교장실엔 다양한 화분이 많다. 뭐든 살아있는 생명을 좋아하는 나는 이 사업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출근하자마자 창가에 있는 화분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짧은 지식으로 이 식물들을 애지중지 키웠었다. 장기 출장이 있을 때는 화분에 물을 주는 시기를 메모해 직원에게 부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포인세티아 식물은 잎이 다 떨어져 있었고 스파티필룸 식물은 잎이 번데기처럼 돌돌 말려 메말라있었다. 일주일만 자리를 비워 물만 충분히 주고 햇빛 잘 드는 창가에 두면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찾아보니 죽어가고 있는 두 식물은 열대식물로 추위에 취약한 생명체였다. 순간 나의 무지함을 자책했다. 관심을 갖고 사랑만 베푸면 잘 살 줄 알았던 나의 무식함이 불러온 참상이었다.





생명을 온전히 돌보고 그 결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에게 길들여진 생명체는 더욱 그렇다. 길들여지지 않은 들판의 식물이나 야생 동물은 자기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어 사막에서도 잘 자란다. 한겨울 눈 덮인 산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고슴도치는 겨울 내내 잠을 자고 따뜻한 봄이 되면 깨어나는 유전인자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길들여진 선인장은 그렇지 않다. 다른 식물처럼 물을 자주 주어도 안 된다. 집에서 키우는 고슴도치도 마찬가지다. 사는 공간이 너무 추우면 겨울잠을 자고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


사랑은 맹목적이어서도 안 되고 무지해서도 안 된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관심이다. 관심은 어떤 대상에 끌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다. 관심이 없는 사랑은 그 대상을 아끼는 것도 존중하는 것도 아니다. 아끼고 존중한다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관심이어야 한다.


어떤 대상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모두 관심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열대식물인 포인세티아와 스파티필룸처럼 추운 겨울 창가에 두어 죽게 만드는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그 대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 즉 정보를 찾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진정한 관심은 단순히 그 대상에 주의를 갖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하고 살펴야 한다. 두 식물이 열대식물임을 알아야 했고 빈 사무실은 추우니 따뜻한 다른 곳으로 옮겨 놨어야 했다.


하물며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수십 년을 따로 살다가 만난 부부지간은 더욱 그렇다.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을 아내 또한 남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상대방의 현재 상태는 어떤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진정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삶의 여유이다. 시간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대인배의 품성일 수도 있다. 이런 여유가 있어야만 상대방을 진정으로 품어줄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관심이며 사랑이다.



교장인 나도 마찬가지이다. 수백 명의 학생에 대한 관심, 수십 명의 교직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 관심은 공적인 영역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들의 사적인 면(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긴 교직원에게는 따뜻한 말과 업무적인 배려가 필요하고,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는 도울 방법을 고민해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교장은 쉽지 않다. 그래서 교장이 학생과 교직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에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 등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며칠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스파티필룸의 돌돌 말려 있는 잎사귀가 활짝 피었다. 포기하지 않은 관심은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마법도 부린다.


활짝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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