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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Dec 08. 2023

입은 무겁고 지갑은 가볍게

과연 학생은 학교의 주인일까?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학생이 주인이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입니다.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다양한 직군이 존재합니다. 행정실에는 교육행정직원이 있고, 학교 시설 전반을 관리하는 시설주무관도 있습니다. 급식실에는 영양사(또는 영양교사)와 조리실무사도 있으며 교무실에는 행정실무사도 있습니다. 이렇듯 학교에는 각기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장난 같습니다만,

학교의 주인을 학생으로만 한정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주인이 아닌 손님(客)이 됩니다. 그런데 주인이 아닌 객체로서의 직원이 학교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조직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모두 주인의식이 필수적입니다.


정작 주인이라고 하는 학생은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약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교실 바닥에 침을 뱉거나 다 마신 음료 캔을 아무 데나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이런 학생들이 많습니다. 자기 침대 방에 함부로 침을 뱉는 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이 방의 주인은 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우리 모두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 모두입니다.

당연히 학생은 바람직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학교 공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침을 뱉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기물을 파손하면 안 됩니다. 내 것인 학교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을 때 비로소 참다운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르치는 선생님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집이라는 소중한 공간에 함께 있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중심입니다.

학생들을 건강하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고 그들이 지닌 꿈과 끼를 잘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교의 주인은 우리 모두여야 합니다.

주인으로서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여기고 좋은 배움에 이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성적이 우수하고 인성이 바른 학생만이 아니라 꼴찌 학생도 인성이 다소 삐딱한 학생도 잘 가르쳐야 합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의 인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학생에게는 교칙에 따라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확고한 가르침을 줘야 합니다.  


 




어제 일 년에 네 번 하는 마지막 교육공무직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조리실무사, 행정실무사, 시설주무관, 시설미화원까지 잘 살피지 않으면 자칫 소외받을 수 있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 이 분들 덕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학교장은 좋은 환경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간담회가 형식적인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한 분 한 분의 고충을 귀담아듣습니다. 건의사항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담당 실무진과 협의하였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간담회를 점심 때 하지 말고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씩 하면서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불편하게 여기는 교장은 식사비만 주고 참석하지 않겠다고도 하였습니다.

선배 교장이 알려준 교장으로서의 첫 번째 덕목 "입은 무겁되 지갑은 가벼워야 한다."를 잘 실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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