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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Feb 20. 2024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은 교육자입니다

학교장의 행복

“아 짜증 나? 자기가 뭐 선생님이라도 되나?”

학교 주변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은 학생의 짜증 섞인 말입니다.


“얘야! 무슨 일 있니?”

저는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저를 야단쳐서요.”


“그래 왜 그랬을까?”


“제가 복도에 침을 뱉었다고요.”


“그랬구나. 네가 잘못한 거는 사실인데 선생님이 아니라 청소하는 여사님이 혼을 내서 화가 났구나.”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은 교육자입니다.


교육은 학생들이 건전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공간으로써의 학교는 교육자가 학생을 중심에 두고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시키는 곳입니다. 수업하는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행정실의 직원도, 급식실의 조리사도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방문하는 기사님도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수백 개의 눈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학생을 보는 시선은 수행하는 직에 따라 다릅니다.

학생부 선생님은 교복을 단정히 입었는지?, 몰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지?,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았는지? 등을 살피고, 영양 선생님은 오늘 나온 반찬을 아이들이 잘 먹는지? 등을 살핍니다.


교장인 저는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언제 행복할까?'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봅니다.

지난 몇 달 세심하게 관찰해 보니,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반면 싫어하는 음식(주로 생선류)이 나오거나 맛이 없으면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다닙니다. 급식 시간은 친구들과 오손도손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https://brunch.co.kr/@yoonteacher/494 


그다음 행복한 시간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때입니다.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학생들은 친구와 게임 이야기도 하고, 얼마 전에 만난 여자 친구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때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반면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을 당할 때는 가장 불행한 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실 수업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을 때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공부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수업 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단 한 뼘의 배움이라도 성취감을 느꼈을 때 행복합니다. (이 질문을 아마 학생에게 직접 던졌다면 곧바로 '수업 마치고 집에 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 선생님은 학교에서 언제 행복함을 느낄까요?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은 작금의 시기에 이 질문이 무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봐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계획한 대로 아이들이 잘 따라오거나, 하나를 가르쳤는데 열을 알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자고 있던 학생이 두 눈을 번쩍 뜨고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러니까 교사의 행복은 모두 학생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수업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못할 때 불행합니다. 수업 중에 몇 명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여 수업권을 침해할 때 불행합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많을 때 불행합니다. 쏟아지는 행정업무로 수업 준비를 못한 채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 불행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합니다.'

학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선생님은 수업을 잘해야 하고, 상처받은 아이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학교장은 선생님들이 이런 교육활동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수업 준비를 방해하는 행정업무는 없는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없는지?, 다양한 수업방법을 지원하는 교육환경은 적절한지?, 선생님이 교장의 권위적인 태도로 수업에 대한 열정을 꺾고 있지 않은지? 등. 이 모든 것을 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교장의 권위는 교직원에게 대접받기 위해 내세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의 열정을 꺾는 외부의 요인에 대응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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