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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Mar 25. 2024

'NO'라고 말하는 용기와 그것을 수용하는 용기

리더다움이란 무엇인가?

"교장 선생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침맞이 행사를 학교 정문만 하고 후문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4월부터 새롭게 시작할 아침맞이 행사에 대해 교장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면서 교장실에 단 둘이 있을 때 교감 선생님이 제게 한 말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신지요?"

이미 교장인 제가 부장 교사에게 4월부터는 아침맞이 행사를 정문에서만 하자고 공언한 이후에 교감 선생님이 한 말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정문에서만 생활지도와 안전지도를 하면 학생들이 정문으로 등교하지 않고 후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후문도 차량이 많이 다녀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염려됩니다."

교감 선생님은 정문에서만 아침지도를 하면 후문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생활지도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왜 아까 기획회의 때 말씀하지 않으셨는지요?"

이미 부장교사에게 정문에서만 지도하자고 교장인 제가 결정을 내렸는데, 기획회의 때 말하지 않고 왜 지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 매우 확고해서 부장교사 앞에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달리 내 생각이 너무 확고해서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본인 의견을 말하면 내가 난처해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고 했습니다.




리더는 끊임없이 선택과 결정을 요구받는 자리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까지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모든 일에 리더가 개입하여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조직 내 잘 갖추어진 의사결정 시스템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면 리더는 최종 보고를 받고 필요하면 피드백을 주면 됩니다.  

선택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총 동원하여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조직의 리더가 내린 결정은 조직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한 번 내린 결정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더의 모든 결정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좋은 선택이라도 때론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 주변에는 좋은 참모진들이 있어야 합니다.


리더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리더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결정을 자주 내리면 안 됩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모든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이때 가져야 할 리더의 자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직언과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실수가 조직의 발전에 해를 끼친다면 한 번 내린 결정이라도 과감히 바꿀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리더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코 진정한 리더다움이 아닙니다. <리더의 태도>의 저자 문성후는 '리더다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리더는 개방성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는 기꺼이 주변의 피드백을 감수해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구성원에게 약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주변에 리더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과감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리더 본인과 조직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음에도 눈치를 보고 또는 리더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용기 있게 'NO'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항상 곁에 두고 함께 해야 합니다. 비판적인 내용과 건설적 대안을 수용하는(accept) 자세를 리더는 갖추어야 합니다. 'NO'라고 말하는 사람 때문에 리더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여 그 사람을 제외하면(except)하면 무능한 리더입니다.



마침 신문을 읽는데 이런 내용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최고의 비서실장인 제임스 베이커는 "나쁜 결과를 막을 사전 노력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비서 실장은 늘 '노 맨(no man)'이자 게이트키퍼(gate keeper)여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리더의 참모진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임스 베이커는 레이건의 장례식에 이런 추모사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 누가 자신의 라이벌 선거참모를 두 차례나 했던 이를 자기 비서실장에 임명하겠는가. 늘 너그러이 '노 맨'을 받아주던 그를 위해 나는 8년 매일매일을 노력할 수 있었다."라고요(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7525#home).


진정한 리더는 참모진이 'no'라고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학생부장님,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오전 기획회의 때 제가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나는 점심때 학생부장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교장 선생님, 무슨 말씀이시죠?"

학생부장은 많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부장교사 앞에서 아침맞이를 정문에서만 하자고 교장이 공언을 했는데, 교장 스스로 다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상황이 납득이 안 가는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공언했었죠? 그런데 뭔가 찜찜하여 계속 고민해 봤습니다. 정문만 지도하고 후문을 지도하지 않으면 아침에 차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학생 안전이 위협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장이 불량인 학생들이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만 등교할 것 같고요. 그래서 힘드시겠지만 후문도 함께 안전지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을 번복해서 미안합니다."


나는 오전에 내린 결정은 잘못된 결정임을 시인하고 후문도 함께 지도하자고 말했습니다. 사실 제가 정문만 지도하자고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몇 명 안 되는 비담임 선생님들이 등교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쓰러워 선생님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정문만 지도하자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교감 선생님의 의견처럼 선생님이 다소 힘들더라도 학생 안전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교육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학생 안전이 우선이었음을 제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에 대해 제가 반대해서요."

퇴근 무렵 교감 선생님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게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습니다. 저도 사람이기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교장의 권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의 안전입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지금처럼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내가 교감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무시했다면 학교는 어떻게 됐을까?, 

교감 선생님은 과연 진심으로 학교와 학생을 위해 열심히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등교는 과연 안전할까?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교감 선생님의 입가에 미소가 보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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