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이의 마음으로
닫힌 입을 열게 하고
분노에 찬 눈을 맑게 하고
듣지 않는 귀를 열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태양보다 눈부신
은빛 링이 걸린 입술과
아찔한 난간에 앉아
친구들의 정수리를 보는 눈빛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살포시 안고 있는
상처난 손등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오랫동안 아팠어야 한다
우리가
아이의 눈으로 보고
아이의 귀로 듣고
아이의 입으로 말하고
아이의 마음으로 이해하면
더 이상 그들은
존재의 아픔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우연히 미국의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이 쓴 '눈사람(The Snow Man)'이라는 詩를 읽었습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오랫동안 추웠어야 한다는 시어에 끌려, 학교에서 아픈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제목 : 눈사람
윌리스 스티븐슨
서리와 눈으로 얼어붙은
소나무 가지들을 보려면
우리는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보풀처럼 얼음을 뒤집어쓴 노간주나무들과
정월달 태양의 먼 광채 속에 까칠한
가문비나무들을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웠어야 한다.
바람소리에서, 몇 개 남은 이파리들의 소리에서
어떤 불행도 생각하면 안 된다.
눈밭에서 듣고 있는
그리고 자신도 무(無)가 되어, 그곳에 없는 무와
그리고 존재하는 그 무를 바라보는 이에게
그것은 그 빈 들판에 부는 것과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대지의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