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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 교장 Jun 21. 2024

글쓰기는 운동과 참 많이 닮았다.


진정한 프로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들을 글로 옮길 텐데,  아마추어인 나는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는 사과처럼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면 자판을 두드리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시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온도가 내가 원하는 상태가 아니면 아마추어가 되어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마추어'라는 표현은 시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내 심리적 상태 또한 완벽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참 힘든 글쓰기의 루틴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톨스토이나 유시민 작가와 같은 유명한 작가가 지닌 글쓰기의 습관인가?


드디어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글쓰기 조건인, 적절한 시간과 공간, 마음의 평온이 찾아왔다. 자세를 가다듬고 얼마 전 다녀온 외국의 교육기관 체험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하니 갑자기 글쓰기는 운동과 많이 닮았다는 주제가 머릿속을 맴돈다.


모든 조건을 갖춰야 시작한다


나는 한 때 축구, 배드민턴을 했었고 지금은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축구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축구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모든 것을 갖춰야 한다. 축구화는 잔디용과 맨땅용 두 종류가 있어야 하고, 보호대도 정강이와 발목, 무릎 보호대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상하의 유니폼도 있어야 비로소 공을 찼다.  

배드민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강습받을 때부터 요넥스 배드민턴화와 값비싼 라켓도 준비했다. 당연히 배드민턴 가방과 상하의 복장도 준비했다.

지금은 평일엔 수영을 하고 주말엔 자전거를 탄다. 당연히 수영복, 수영모, 수경뿐만 아니라 필요한 샤워용품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멋진 수영가방도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 타기는 돈이 많이 든다. 바퀴 얇은 로드 자전거와 산악용 자전거 그리고 헬멧, 고글, 장갑, 전용 의류 등등등.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날 운동은 하지 않는다. 아니 운동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복장을 갖추고 운동하려는 나를 보면 당연히 선수 또는 동호회에서 오랫동안 운동을 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물론 실제 운동하는 나를 보면 실력이 메롱 인 것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이런 나를 아내는 "당신이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아마 골프를 시작했으면 땅을 팔아야 했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나는 글을 쓸 수 없다. 머릿속에서는 글감들이 계속 떠오르지만 완벽한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지지 않아 글을 쓸 수 없는 고통으로 내 얼굴은 일그러진다.


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시작하기 무지 어렵다


고가의 MTB 자전가와 로드 자전거를 구입할 때만 해도 나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탈 줄 알았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면서 지금까지 자전거는 수북이 먼지만 쌓이고 있다. 베란다에 거치되어 있는 자전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말에는 한강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주말이 되면 포기하기 일쑤다. 한때는 한 겨울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으며 이른 새벽 자전거를 타고 행주산성 근처에 있는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만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날이 지속되면 이렇게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이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것도 행복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물안경 크기만큼만 보이는 물속 세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다. 물 밖의 세속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는 음파의 호흡과 함께 사라진다. 오로지 숨을 내뿜는 나와 물만이 존재한다. 수영하는 동안 나는 내 몸의 모든 세포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물에 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는 진정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의 어라운드뷰 또는 드론의 카메라처럼 대상을 3D로 관찰하게 만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정신과 육체를 관조하는 것이다. 순간을 기억하고 정리하며 기뻐하며 반성하는 나로 만든다. 보잘것없는 나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결국 나 자신을 아끼며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하고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입가를 미소 짓게 하여 잔잔한 행복으로 빠지게 한다.


이것이 바로 운동과 글쓰기를 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이유이다.



조심스럽게

제 글에 응원하기를 해주시면 수익금을 '고양이 동물보육원'에 전액 기부할 예정입니다.

우리 집에 딸을 위해 뒤늦게 입양한 먼지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제 삶에 주는 위안과 사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런 행복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냥이의 복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익금과 기부 내용은 투명하게 전부 공개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시길 소망합니다.

너희들을 위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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