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담긴 마음들

by 윤툰

집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전문가가 의뢰인의 집에 방문해 물건을 정리해주고 요령도 알려준다.

그 과정을 통해 의뢰인은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마음도 깨끗해진다.

마음이 깨끗해진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과 마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사람은 일생 동안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그 사람을 말해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의 쓰임과 목적은 주인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물건들의 형태는 주인의 취향과 여건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최소 1개 이상의 추억을 가지고 있고 나열하면 역사가 되기도 한다.


물건은 그 사람의 일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문학 속 많은 물건들이 상징이듯 우리의 방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 사진 액자가 애정을 상징할 수도

그 인형이 슬픔을 상징할 수도

그 의자가 그리움을 상징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른 체 지니고 살다.

물건을 통해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다.

내 마음의 코드를 짚어내는 상징물을 마주하고

그것을 정리 함으로 내 마음도 정리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버리든 간직하든 재배치 하든

마음을 다루는 과정이다.


한 가지 웃긴 건

나는 물건을 가치와 쓰임새만으로 정리하였는데

그것은 내 마음을 고려한 방식은 아니었다.

난 이상하게도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은 버리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건은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얼마 전 보면 안 좋은 추억만 떠오르는 잠바를 버렸다.

새것처럼 멀쩡하지만 내가 안 입는 데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

버리니까 확실히 홀가분하다.


그리고 버리기 주저되는 것은 억지로 버리지 않고 보류한다.

내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니 나를 위해 기다리기로 한다.

예전엔 어디서 "버릴지 말지 고민될 땐 태워라"라는 말을 듣고 물건을 꾸역꾸역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마음에 채찍질하는 것이었다.


너무 급하지 않게 한 걸음씩 내 방과 내 마음의 방을 정리해나가려고 한다.

힘들면 멈출 것이고 다시 마음이 생기면 시작할 것이다.

내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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