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이라니

벌써 다 갔다니

by 글린트

2022년이 이제 4일 남았다.

정확하게는 3일 하고도 16시간 남았다.


요 며칠 바빠서 다이어리를 펼치지 못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날짜가 훅 지나갔는지, 몇 장 남지 않은 다이어리를 보고 어머 정말 올해가 다 갔네, 하며 놀라게 된다.


이제 몇 장만 더 넘기면 22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싫어도 맞을 수밖에 없는 계묘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휘리릭 앞으로 넘겨, 다이어리의 맨 첫 장을 펼쳐 보았다.


1월 1일 첫날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중학교 올라가는 딸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마음 여린 아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야 할 텐데, 나와 남편의 일이 잘되어야 할 텐데 등등......


걱정과 불안이 한가득이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는 말도 무색하게 나는 세상 모든 걱정 나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 걱정을 했다.




다이어리를 첫 장부터 넘기며 지나온 시간을 들춰봤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그때 하던 몇 가지 걱정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이런 것까지 걱정했다고? 나란 인간이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걱정하는 인간이었나, 놀라웠다.


문득, 가득했던 나의 걱정거리 중에 해결된 것은 얼만큼인지 궁금해졌다.


형광펜을 들고 지금은 없어진 걱정들에 하나씩 줄을 그었다. 스윽. 스윽.





어떤 걱정은 저절로 사라졌고, 어떤 걱정은 오해로 인한 걱정이었다. 그 당시로서는 진지했을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실상 별 것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모든 걱정에 전부 형광펜을 긋지는 못했지만, 불필요한 걱정이 꽤나 많았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펼쳐봤다. 아직 빳빳해서, 펼쳐도 도로 덮인다. 다이어리를 다시 펼쳐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준다.


새것은 새로워서 설레면서도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1년을 바라보며 또다시 스멀스멀 걱정의 기운이 올라오지만, 그것들에 형광펜을 슥슥 그을

내년의 나를 떠올려본다.

꾹꾹, 슥슥.


이런 마음이라면, 내년도 꽤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계묘년이 3일 하고도 15시간이 남았다.


검은 토끼의 해라?

검다, 어둡다 말고,

토끼처럼 폴짝 뛰어봐야겠다.


어서 와, 폴짝.

2023년은 처음이지?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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