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소회
브런치에 글을 쓴 지 한 달이 됐다. 아직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한 초짜라 그런지 글을 완성하고 나면 발행하기 전에 꼭 남편에게 먼저 검사를 맡는다. 진지하게 글을 읽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시험지를 채점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이 된 것처럼 조마조마하면서도 설렌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썼는데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한참 동안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남편의 얼굴에서는 당최 어떤 표정도 읽을 수가 없기에 곧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소일거리를 찾아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곤 한다.
남편이 글쓰기에 아주 조애가 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시선이 대중의 시선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떠한 처분을 내리든 존중하고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남편의 조언은 언제나 옳았고, 남편이 좋아했던 글들이 반응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남편 입장에서는 내가 항상 딴지를 건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공들여 쓴 내 자식 같은 글들을 누군가 이상하다고 하면' 네가 뭘 알아!'라는 반항심이 불쑥 솟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는 소심하게 변명 같은 작가의 의도를 늘어놓기도 한다. 초짜라면서 이럴 때는 또 작가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이 안 좋을 때는 글을 며칠을 묵혀뒀다가 다시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 나름대로 비평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치자.
어쨌든 옆에 함께 고민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가끔 내 글이 메인에 간다든지 조회수가 터지면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지갑이 열린다. 함께 고민해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에 간식도 사고, 밥도 사면서 기분 좋은 티를 팍팍 낸다. 평소 '돈 없어'를 입에 달고 사는 나인데 갑자기 지출이 늘자 남편은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브런치로 돈 버는 거 아냐? 알고 보면 조회수만큼 돈 주는 거 아냐?"
생각지도 못한 말에 허를 찔린 나는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한참을 숨 넘어 갈듯 웃었다. 나도 브런치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지갑이 함께 두둑해지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안다. 브런치 조회수가 돈이 되기 시작하면 브런치에는 제목만 자극적인 알맹이 없는 글들, 사람들을 분탕질시켜 싸우게 만드는 글들로 가득해질 것이라는 것을.
나는 브런치로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그만큼의 즐거움을 벌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가끔 한 명씩 늘어나는 구독자를 보면서, 내 부족한 글에 달리는 따뜻한 댓글들을 보면서,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용기와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평소에 자기주장하기를 두려워하는 나에게, 오롯이 나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 아직도 내 글에 대한 의심과 계속해서 글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불안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그래도 계속 써보기로 마음을 잡아본다. 짠순이의 지갑을 열게 하는 즐거움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