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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Aug 27. 2022

나의 젊음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다. 기세 좋던 뜨거운 불볕도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는 휴대용 선풍기 없이 용감하게 문밖을 나설 수 있고, 새벽의 서늘함에 이불을 끌어당기게 된다. 아직은 남아 있는 여름의 여운 덕에 초록의 생생한 나뭇잎과 파란 하늘을 보면서도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웃으면서 여름을 추억할 수 있다.


 여름에는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방학도 있고 여름휴가도 있지만 사실 여행이나 소풍을 가기에 그리 좋은 계절은 아니다. 너무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낮에는 일사병과 싸워야 하고, 밤에는 열대야와 모기떼가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더위 속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다로 강으로, 자연 속의 물과 함께 할 수 있고 이슬이 내릴 때까지 밤과 축제를 즐길 수도 있다. 더운 날씨가 힘들기는 하지만 덕분에 집 밖에서 자도 얼어 죽을 걱정이 없는, 그래서 훌쩍 모험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계절이다.


 여름은 마치 젊음 같다. 아직 이룬 게 없는 청춘들에게 사회는 여름  한낮의 태양같이 가혹한 시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이룬 게 없으므로 잃을 것도 없기에 뭐든 도전해 볼 수 있다. 거둬들일 결실이 없어도 아직 젊기 때문에, 열정이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되는, 기꺼이 실패할 수 있는, 젊음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젊은 한때이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여름날 따가운 햇살만을 느꼈다. 여름 한가운데서 가을의 결실만을 쫓느라 나의 여름은 땀에 젖어 달라붙는 셔츠였고,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모기를 쫓는 매캐한 훈증기 냄새일 뿐이었다. 꼭 그런 것 같이 느껴졌다. 이 덥고 습한 계절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왔다.


 기다렸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이제야 여름이 아름답게 추억된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는 여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나의 젊음은 저물어 가고 있는데.


 사람은 왜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땀에 젖어도, 햇볕에 살갗이 벗겨져도 좋으니 여름이, 젊음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늦더위라도 찾아온다면 한참을 계곡물에서 놀다가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고 계곡물에 담가 뒀던 시원한 수박을 먹어야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날이 서늘해지는 아침 공기를 느끼며 다가오는 계절은 충분히 만끽하기를 다짐해본다. 나의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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