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py Seed Roll
누군가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속사포로 여유 없이 지난 한 주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주간, 요리하는 데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강의 수강과 연이은 퀴즈 그리고 과제로 정신이 없었다. "전 좀 스트레스에 예민합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본인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힘들어하는... 그냥 어리석은 스타일이다. 언뜻 보니 무식한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덕분에 웬만하면 자주 하지 않는 명상을 하루에 세 번씩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몇 번의 고비를 넘어 현재, 평온하다. 오늘은 일요일. 내가 좋아하는 바람 불고, 흐린 날. 빵을 구웠다.
이 빵은 동유럽 쪽을 여행할 때 종종 리들 LIDL이나 알디 ALDI에서 봤던 것 같다. 소포장되어 있는 걸 보고 모험심을 발휘하여 하나 사 먹었는데, 빵의 뻑뻑함(?)에 당황스러웠다. 뻑뻑함 받고, 거기에 양귀비 씨앗의 흙내에 더 놀랐을 성싶다. 난 양귀비 씨앗이 토핑 되어 있는 빵만 먹어봤지, 으깬 양귀비 씨는 처음 먹어본다. 굳이 비유한다면, 들깨 향 없는 으깬 들깨 정도라고 하면 도움이 될까.
으깬 양귀비 씨앗에 버터와 설탕 그리고 오렌지 제스트가 들어가 달달하니 언뜻 꿀떡 속에 든 소와 같은 착각도 살짝 들지만, 씨앗 덕분에 단 맛이 덜 느껴진다. 별 기대 없이 만들었다가 또 인생 빵 한 덩이를 만났다. 이 친구의 이름은 Poppy seed roll. 딱히 커피보다는 향이 진하지 않은 차와 곁들이는 게 더 낫다. 커피의 향이 양보 없이 양귀비 씨앗의 향을 이겨먹는다. #고소, #단백, #안 달달. 폴란드 빵을 먹으면서 단 건 안 찾으시는 외할아버지랑 같이 먹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어르신들 입맛.
하마터면 묻힐 보석을 찾은 일요일 오후. 안녕.
Cover Photo by Paweł Czerwińsk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