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lled vegetable medley
일과가 끝난 하루, 자정이 다 되어 간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오늘부터 7시에 일어나는 연습에 돌입했다. 시작되는 가을 학기에 오전 8시 반부터 수업이다. 대학을 다닐 때도 A 폭격기 강좌라도 아침 교양 수업은 과감히 포기했는데... 이 곳은 시간표 자체가 어떤 선택사항이 없다. 꼭 피를 봐야 잔인한 게 아니다 인생은ㅋ
나는 그리스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다. 내가 해볼 만한 음식이 즐비하다. 식사를 할 때마다 실망 없이 만족시켜주는 그리스 음식, 이럼으로써 난 다음 생에, 중국인 엄마와 멕시코인 아빠, 그리스인 삼촌을 기약해본다. 오늘의 음식은 딱히 이름이 없다. 소제에 표기한 바대로, 구운 채소 메들리다. 각종 원하는 채소를 깍둑썰기 해서 올리브 유, 소금, 파슬리와 버무리고, 바로 뜨거운 팬에 노릇하게 겉만 익혀 오븐에 넣으면 끝이다. 채소들이 오븐에서 맛있게 익는 동안, 그리스식 요거트 소스를 만들어 대기하다가, '삐~' (우리 집 오븐은 타이머가 그렇게 운다ㅋ) 오븐이 부르면, 위에 소스를 붓고 10분 정도 다시 넣어 둔다.
소스에 그릭 요거트(난 냉장고에 잡히는 아무 요거트를 쓴다)와 레몬, 달걀, 치즈가 들어가는데... 시큼한 게 어울릴까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채소와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랬다. 감자가 있어서 딱히 빵류가 필요하지 않지만, 집에 바게트 빵이나 시골빵이 있다면(심지어 토스트한 식빵도 콜) 같이 얹어 먹어도 참 좋다.
참고로, 요녀석은 냉장고 털 때 가장 안성맞춤이다. 들어간 채소만 해도 콜리플라워, 가지, 감자, 당근, 양파, 토마토다. 오븐 안의 채소밭 수준이다. 하하.
지금 오븐에 익고 있는 게미스타를 하려고 저녁에 잠깐 마트에 다녀왔다. 매년 8월 1일이 NB도를 기념하는 날이라 휴일이다.(하지만 난 작년에 일 했다. 직종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장을 보면서 저번 주만 해도 8달러를 웃돌던 수박이 4달러가 채 안 되는 것을 보고 하루가 다 저문 시점에서 오늘이 NB day인 것을 알았다. 어쨋든, 부엌엔 두 덩이의 수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빨리 자야 내일이 올 텐데...
Cover Photo by Daniele Bus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