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Brinjal Curry with Poppy Seeds Paste

by 유녕

감이 안 오는 일요일. 지난 주 어제 무사히 영국에서 캐나다로 귀국했다. 사흘은 좀비처럼 누적된 피로를 풀고, 시차를 적응했다. 공항에서 밤새는 일은 30대에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간 나는 집 앞에 초소형 텃밭을 만들어, 서양 무와 호박, 봉선화, 부추, 파프리카, 들깨를 심었다. 밭이 워낙 작아서 일반 무는 자라지 못할 거 같고, 총각 김치는 먹고 싶고... 그래서 서양 무로 대체 했다. 이미 한 번 만들어본 터라, 어서 무가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부추와 들깨는 한국에서 큰언니가 평생 심어도 될 양을 우편으로 보내줬다.(고마워 하트 뿅뿅) 부추양과 들깨선생, 파프리카 동무, 셋 다 심하게 뜸을 들이다 싹을 틔운다. 원래 들깨는 먼저 싹을 집 안에서 틔우고 밖에 심는데, 결과가 심히 기대가 안 된다.


캐나다에 산지 5년이 되어간다. 텃밭을 가꾸면서 배운 것은, 광량이 약하다. 한국의 햇볕이 진하다면, 캐나다의 햇볕은 옅다. 원하는 농장물을 수확하기는 어렵지만(기술력 부족 99%, 기후 1%) 깻잎을 먹을 수 있다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다만 내가 이렇게 애가 타는 건, 10월 말이면 보통 눈이 내리는 이 날씨 때문이다. 내일이면 벌써 6월. 이걸 어쩐다.


오늘 포스트는 뭔가 향토적이다. 그래서 우린 방글라데시로 간다. 이 커리는 영상을 보면서 과연 맛이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들어가는 향신료가 너무 적어 결국 익힌 가지를 먹는 게 아닐까 고민이 좀 됐으나... 그냥 기대없이 만들어 봤다. 단 하나 재밌는 것이, 의외로 방글라데시 음식에 양귀비 씨앗 풀(paste)이 들어간다. 영상에서의 양귀비 씨앗은 참깨같이 노란빛을 내지만, 난 없으므로 검은색으로 또 대체. 양비귀 씨앗은 2시간 물에 불린 후 갈라 하던데... 내 양귀비 씨앗은 "절대" 씨앗인지 믹서에 갈리지 않았다. 차라리 불리지 않고 생으로 믹서에 갈면 훨씩 풀이 되기 쉬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건, 오기가 생겨서 다시 해보기로 한다.(두고보자 양귀비!)


IMG_3667.JPG 가지 커리

가지가 들어가는 음식 중 맛이 없는 것이 있을까? 난 서양 가지 두 개를 써서 방글라데시 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 먹었다. 강황이야 거의 느껴지지 않는 쓴 맛이 다이고, 그나마 센(?) 놈이 블랙 큐민인데 그닥 향이 없다. 이쯤되면 양귀비 씨앗이 제대로 풀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굉장히 궁금해진다. 구수한 맛으로 먹는 커리인가? 이거 궁금해서라도 다시 해봐야 한다. 하하


짜잔, 이다. 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날 부엌에서 3시간을 보냈다. 반죽을 만드는 건 쉬운데, 탄도리... 탄도리 오븐이 없다. 쉐프 좐은 무쇠 팬에 구웠지만(무쇠 팬도 없음), 난 오븐을 최대치 온도로 하고 구웠다. 굽는 건만 조금 덜 번거로우면 커리 먹는 날엔 해볼만 하다.(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내 인생 첫 난이었고, 넌 "감동"이었다.

IMG_3666.JPG 감동naan


Cover Photo by Niloy Biswas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