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Zrazy

by 유녕

어제는 3개월 만에 요가 매트를 폈다. 근육은 너무 솔직하다. 쓰면 쓰는 대로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티가 난다. 몇 개월간 묵힌 근육들을 다시 깨우느라, 내 통증 수용체도 같이 증강한 듯 오늘 아침, 온몸이 쑤신다. 마침 비가 오는 오늘, 이게 날씨 탓일까, 요가 탓일까...


놀랍지 않겠지만, 나는 오늘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음식을 해봤다. Welcome to Lithuania! 어떻게 흉내라도 내고 싶지만, 정확한 발음도 모르겠고 하니, zrazy라고 그대로 소개한다. Zrazy는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서 즐겨 먹는 감자요리이다. 모양을 보면, '감자가 안에 들어있나?' 하겠지만 피가 바로 으깬 감자로 만들어진다. 이 친구의 소는 버섯과 양파가 다다. 딱히 향신료도 후추 외에는 없고, 소박하나 앞으로 백만번은 더 해 먹고 싶을 만큼 맛있다. 다만, 으깬 감자가 밀대에 자주 붙고, 작업대에도 잘 떨어지지 않아 여러 번 백팔번뇌를 마주하게 된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오늘 참을성 +1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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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zrazy는 팬에 노릇하게 양면을 부치기만 하면 되지만, 내 혈관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 면만 부치고, 바로 오븐에 넣어 20분 구웠다. 간이 살짝 싱거워서 비트루트 피클과 함께 곁들였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순간 나는 동유럽에 있는 줄 착각을 했다. 이미 두 개는 내 뱃속에, 세 개는 냉동고에 저장 완료. 비도 오고, 막걸리랑 페어링 해보고 싶은 데 어쩌나. 삼시 세끼 어촌 편을 보면서 공감했다. 섬도 아닌 이 곳에서... 나도 생전 안 해보던 한국 식재료를 키워보고, 만드는 내 모습이 차승원 배우와 오버랩된다. 하하. 재... 재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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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Karolis Puidoka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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