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아니 lobiani
지난 이틀간 근방의 허리케인 영향으로 쉴틈 없이 바람이 불어 재꼈다. 간밤에 비가 한 차례 쏟아진 후, 몹시 습하지만 훈훈한 봄날이 다시 왔다. 그래서 참 반갑다. 내가 사는 동부는 산이 없기에, 역으로 하늘이 참 커 보인다. 시력은 더 좋아지지 않을 테지만, 덕분에 밤마다 오리온을 찾거나 북두칠성을 연결하며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다시 찾아온 금요일. 벌써 한 주가 지나간다. 4주 전까지 분명 영국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영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나 싶게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반나절 퀴즈를 푼 직후라 나머지 시간은 뇌를 위해 다 째겠다. 놀자.
오늘 방문한 국가는, 조지아이다. 리투아니아, 폴란드 음식을 하면서 동유럽 쪽에 숨겨진 보석들이 많이 있구나 싶어 앞으로도 계속 발굴해보려 한다. 조지아도 월척이다. 이 팬케익처럼 보이는 음식은 로비아니라고 불린다. 이탈리아에 칼조네가 있다면, 조지아는 로비아니가 있다. 소는 소름 돋게 맛있는 강낭콩이다. 으깬 강낭콩에 조지아식 스파이스를 섞으면 된다.
중국 음식에 Chinese five spices(불, 물, 나무, 땅, 금속 이렇게 다섯가지의 요소를 담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가 있다면, 조지아도 마찬가지다. 조지아식 향식료를 Khmeli Suneli라 부르는데,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하다. 코리앤더(고수), 큐민, 후추, 고춧가루, 바질, 민트, 파슬리, 페뉴그릭fenugreek. 향신료에 인도와 멕시코가 섞였다. 무슨 맛일까 하고 소를 완성하니, 고소한 강낭콩과 향신료의 조합은 감칠맛의 최고봉이었다. 쇠고기 없는 단백질 맛이라면 도움이 될까. 될까? 밥을 먹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있음의 찬미를 한 적이 없었는데, 첫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행운을 마주하기 위해 무진무진 더 살고 싶다.
자그마치 네 명의 유튜버를 참고했다. 내 스타일로 조리하는 두 명의 유튜버의 방식을 하나씩 차용해, 피는 피대로, 소는 소대로. 대부분이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무쇠 팬이나 팬으로 온도를 최고치로 하고 앞, 뒤를 굽는다. 나는 오븐을 항시 굴리기 좋아하기에, 420F로 20분을 구워 기름 없이 담백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떤 맛이냐고 묻는 사촌 동생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인범아, 야채호빵 맛이나!'
겨울은 로비아니다.
Cover Photo by Tbel Abuseridz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