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라따투이

by 유녕

굵은 빗방울이다. 아무래도 밤까지 계속될 것 같다. 날씨와는 달리 마음엔 훈풍이 운다. 지난 사흘간 선수과목을 성황리에 끝냈음을 학교에 보고했고, 전쟁 같은 학자금 대출도 마쳤다. 큼직한 일 네 개 중, 반절을 끝냈다. 빗소리까지 더해 맴이 후련한 수요일.


날씨도 이런데, 김치전이나 오랜만에 해볼까 하다, 나의 프로젝트를 간과할 수 없어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보고 떠오른 음식이 있어 칼을 들었다. 오늘은, 라따투이다. 운이 좋게 프랑스 셰프가 알려주는 레시피가 유튜브에 있어 내가 알고 있던 조리법을 양보했다.


들어가는 재료로는 가지, 피망, 토마토, 양파, 쥬키니(혹은 애호박), 당근이 다다. 당근... 난 익힌 당근이 싫다. 생당근은 오독오독 씹어가며 잘 먹는데, 익힌 당근은 친숙하지 않다(재차 싫다는 얘기다). 당근이 여러 개 남아 있어 결국 쓰긴 썼다. 사진으로 보이듯이, 원래는 큼직이 깍둑썰기를 해야 하지만, 내 안의 당근을 싫어하는 어린이를 속이기 위해 얇게 채판에 갉아 넣었다.


라따투이는 종종 해 먹곤 하는데, 이 레시피는 생각보다 토마토 맛이 덜 나서 의아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차, 파사타passata를 안 넣었구나. 참고로 이탈리아는 토마토소스를 그렇게 부른다. 토마토소스를 심지어 옆 화구에서 만들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 두 그릇을 다 비운 후에야 뒤늦게 다시 섞어 끓였다. 굴라쉬와는 또 다른, 두루두루 섞인 채소 맛의 소박한 스튜이다. 느끼한 음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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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프랑스 음식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할지... 다음번엔 pain de compagne, 시골빵을 해보려고 한다. 라따투이를 먹을 때는 전날에 해둔 탕종 우유 식빵을 곁들였지만, 시골빵 한 조각에 먹었어도 참 좋았겠다. 내 친구는 여기에 파스타면을 넣어 빵 대신 먹는다. 국물 있는 라따투이 스파게티ㅋㅋㅋ


오늘도 맛있는 한 끼, 잘 먹었습니다.


Cover Photo by Steven Las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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