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Scotch egg 스카치 에그

by 유녕

정말 토요일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 금요일인 것을 알고 어제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우리 동네는 쓰레기 수거차가 목요일 밤에 온다. 어제 집집마다 쓰레기를 내놓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왜 이러지 했는데, 나에게 묻고 싶다, "뇌가 왜 이러지?" 사실 조카들에게 초콜렛 타르트를 해주려고 Cora와 날짜를 조율하던 차에 요일을 착각한 걸 알고 한바탕 실소했다. 지금 냉동칸에서, 나와 달리, 제 역할을 다하며 맛있게 굳고 있는 애기들이 너무 예쁘다. 한국에 있는 조카들도 생각이 나는 코끝 찡한 '금요일' 오후다.


어제저녁에 부대찌개를 끓여 먹으면서 남은 비건 소시지로 뭐 할까 생각을 해봤다. 번득, 그간 해 먹지 않은 스카치 에그가 생각났다. 과장 없이 고하면, 마지막으로 먹은 게 6년 전이다. 만들기는 정말 쉬운데, 튀긴 음식이라 최대한 자제하려는 내 무의식과 의식의 의도적 망각 이리라. 고로, 오늘은 또다시 영국, 스코틀랜드다.


역사적으로 캐나다는 영국계와 프랑스계로 후손들로 나뉜다.(물론, 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살고 있던 원주민 캐나다인이나 아일랜드계, 소수의 네델란드계, 독일계 등등 있다.) 내 배우자는 영국계, 더 구체적으로는 스코틀랜드계 캐나다인이다. 시어머님은 독일계 조상을 두고 있어 성이 Trites였다. 당연히 시아버님은 스코틀랜드계 답게 Murray이다. 난 경북 상주 Parkㅋㅋㅋ


영국에 잠깐 머물 때, 당일 치기로 반나절 에든버러를 갔던 게 떠오른다. 기대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이상하게도 기차를 타면 고향생각이 간절해진다. 정작 고향에는 기차가 아닌 버스를 타야 하는데ㅋ 도착해선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요 관광 버스 코스를 같이 동행해준 친구와 걸어다녔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서 괌 사람에게 나는 친근함과 친절함을 느꼈다. 따뜻함이 그리웠던걸까 싶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런던이나 리버풀에선 못 느꼈던 흥분을 스코틀랜드가 줬다. 내 감흥에 친구들이 어이없어 하던 게 기억난다. 어쩌면 내가 아일랜드를 가보고 싶어 하는건, 우연이 아닐지도. 도시에도 궁합이 있으니까...


스카치 에그를 얘기하다가 너무 멀리 갔다.(주특기) 어제 달걀 10개를 삶아뒀다. 종종 sabich를 해 먹으려고 한 건데, 이렇게 써먹게 됐다. 잘 됐다. 사진에서 유추 가능하겠지만(스코틀랜드식 핫도그?), 조리 과정은, 조미된 으깬 고기를 삶은 달걀에 붙인다. 다음 계란을 풀어 계란물을 묻히고, 빵가루에 굴린다. 난 준비된 빵가루가 없어서 빵을 토스트 해, 빻아 사용했다. 열량을 줄여보려고 튀기진 않고 돌려가며 겉만 노릇하게 익혀,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웠다. 미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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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사 먹는 비건 소시지는 희한하게도 스팸 맛이다. 그래서 부대찌개에 넣어 먹거나 구워 먹는데, 이게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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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과 먹으려 했으나, 엥?, 그럼 열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상쇄되기에, 냉동된 밥을 해동해 곁들였다.(아... 반주와 함께 했으면 좋았겠구나... '뇌가 왜 그러지?'ㅋㅋㅋ) 너는 술안주다. 두 개는 내 거, 두 개는 네 거. 남은 한 개는 내일 다시 캔맥과 하기로 한다. 맛있어서 햄볶은 토요일 같은 '금요일' 오후 이만 총총.


Cover Photo by Eric Wel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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