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chi & piroshiki
날씨가 춥고 하니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오늘은 아침 식사 시간을 할애하여 브런치로 러시아 양배추 수프를 만들어 보았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수프는 볼쉬인데, 비트 루트가 들어간다. 그래서 안 만들고 있다ㅋㅋㅋ 그러던 중 양배추가 들어간 수프의 레시피를 찾았다. 이름 하야 shchi. 소리는 쉬라고 들린다. 아직 장을 보지 않은 터라, 집에 있는 채소류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무엇보다... 양배추가 냉장고에서 점점 말라가고 있었기에 잘됐다 싶다. 도대체 이 양배추는 무엇을 요리하려고 샀니, 유녕아?
들어가는 재료는 무척 소박하다. 양배추와 감자, 당근이 다이다. 물론, 난 영상을 따라 릭을 넣었다. 파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긴 한데, 집에 파가 없... 전통적으로 이 수프는 양배추와 사우어크라우트 sauerkraut를 함께 넣어 요리한다고 하여, 난 양배추는 다져서 오늘 오후에 다른 요리를 할 계획으로 사우어크라우트만 넣었다. 콩도 넣는 것 같은데, 이건 그냥 생략하자. 수프가 다 거기서 거기지 했는데, 사우어크라우트가 들어가니 좀 덜 식상할 것 같아서 기대가 컸다.
사우어크라우트의 새콤한 맛은 많이 부각이 되지 않지만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져 토스트 한 베이글과 함께 브런치를 맛있게 먹었다. 왠지 여기에 수제비를 띄어도 맛있을 거 같다.
어쩌다 보니, 오늘의 저녁까지 포스팅하게 되었다. 말라가는 양배추 1/4 통과 당근 1개, 양파 반 개로 일을 벌였다. 왜 모르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던 러시아식 도넛, piroshiki을 소개하겠다. 소리는 피로시키인데, 발음이 참 정감 간다. 이 시키 이거 요물일세.
난 양배추가 참 좋다. 생으로도 먹고, 삶아서도 먹고... 오늘처럼 마르는 한이 있더라도 장을 볼 때마다 두 주먹 만한 양배추를 사서 쟁여둔다. 식감이 좋아서 오래전부터 오이 대신 비빔국수를 할 때도 써왔다. 뿐이랴 가격이 참 착하다. 이 친구만큼 듬직한 친구가 식탁 위에 또 있을까 싶다. (난 커서 양배추 같은 친구가 되어야지ㅋ)
러시아도 겨울이 긴 나라다 보니 우리 집 부엌에 있는 채소로 어렵지 않게 그들의 한 끼를 만들 수 있었다. 도우dough는 그들의 레시피를 따라 하지 않고, 피자 도우를 만들어 대체했다.(이번 주에 칼조네를 구울 예정이므로.) 소가 빨개 보이는 건 파프리카 가루가 들어가서이다. 사뭇 김치 만두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맛은, 슴슴한 야채호빵? 뭐랄까, 매일 배달 음식만 먹다가 집밥 먹는 느낌이라면 감이 올까? 그도 그럴 것이 향이 있는 버섯도 없고, 파도 없다. 그저 양파와 당근, 양배추가 다다. 들어가는 향신료라고는 그저 파프리카 가루와 후추 정도.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 있는 친구다. 물론, 레시피대로 하면 튀겨야 한다. 그럼 정말 맛있겠지만 그렇겠지만... 난 오븐에 넣어 구워 먹었다. 그래서 더욱 담백함이 배가 된 건 아닐까? 다음번에는 만두피로 만들어 봐야겠다.
2021년 1월 13일, 러시아와 나의 1일.
Cover Photo by Irina Grotkja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