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kumpir

by 유녕

보통 1095일 정도 영주권자로 캐나다에 살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일반 경우와 달리 난 시민권 신청이 더뎠다. 알바를 하면서 목표 금액이 모이면 일을 그만두고 유스호스텔을 찾아 유럽을 여행했고, 다행히 나를 이해해주는 캐나다인 배우자 덕에 끈 없는 개 모양으로 돌아다녔다. 토요일인 오늘은 시민권 신청에 앞서 시민권 획득을 위한 언어 시험을 치고 왔다. 언어 시험은 듣기와 말하기가 다이다. 언어를 배울 때는 보통 모국어 습관대로 간다. 난 말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말이 많다는 얘기. 그래서 말하기가 듣기보다 월등하다. 웃픈 말로, 예전 동료 선생님께서 나에게 슈렉의 동키라고 부르시곤 하셨다. 동키야 그만해~ 제발~


역시나 듣기는 끝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집중력과 함께 '앗, 방금 뭐라고 했지?' 하면서 두, 세 번 말을 놓쳤다. 난 라디오도 잘 안 듣는데, 라디오 토론 방송이 나올 때는 그냥 절반만 맞추자 하는 마음으로 여유로운 자세로 임했다. 시험 전, 두 명의 필리핀 출신 수험생과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나 쿨한 언니들, '이번에 성적 별로면 또 보지 뭐~'라고 한다. 20만 원 까이꺼~ 라티나의 쿨함을 나도 좀 닮고 싶다.


시험이 예상했던 것보다 50분이나 일찍 끝나서 애초에 KFC에 가서 비건 버거를 먹으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도매상 가게에 가서 윈도우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혹시 Wholesale Club이 주변에 있다면 꼭 가보길 권한다. 업소용 사이즈의 식료품들이 착한 가격으로 즐비해 있으니 말이다. 이제 슬슬 오늘의 음식을 소개해 볼까. 두둥~ 오늘은 터키다. 이 음식을 시현하던 유튜버가 소개하길 kumpir은 터키의 패스트푸드란다. 한국에서, 겨울에 잘 보이던, 군고구마용 화로처럼 터키도 이 감자를 찌기 위한 전용 화로가 있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언어는 달라도 종종 겹치는 문화가 있다. 어쨌든 인간은 생각이 비슷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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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pir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오븐에 감자를 구워 익힌다. 난 180도에서 1시간 정도 익히니까 다 익던데, 터키 유튜버는 220도에서 1시간 반을 구웠다.(터키 유튜버 의문의 1패) 감자가 다 익으면 반으로 갈라서 그다음부터는 비빔밥처럼 토핑이 자유롭다. 버터와 치즈를 넣고 포크로 휘저으며 으깬다. 그리고 러시안 샐러드나 토마토 페이스트, 베이컨, 소시지 등등 원하는 대로 가감하며 다 때려 부으면 된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난 비건 소시지를 위에 얹었다.


러시안 샐러드가 뭔가 할 수 있겠다. 터키에서는 러시안 샐러드를 아메리칸 샐러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바야흐로 냉전시대, 소비에트와 미국이 기싸움을 할 때 터키에서도 공산주의 비방용 언플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러시안 샐러드의 멀쩡한 이름을 아메리칸 샐러드라고 고쳐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러시안 샐러드는 마요네즈에 다진 오이피클, 삶은 콩과 당근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 집엔 또다시 마요네즈가 다 떨어진 상태라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기다려라 러시안 샐러드. 솔직히 컴피르는 야외 캠프를 할 때도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쉽기도 하거니와 감자와 치즈의 조합인데 맛없기가 어렵다. 일요일엔 날씨가 영상 13도라 하니, 오랜만에 뒷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려고 한다. 똑똑. 녹는 눈을 반기면서...


Cover Photo by ZEKERIYA S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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