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채소 스튜
싸이클론은 세계지리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요, 제가 있는 곳이 오늘내일 그 영향권에 있을 거라고 하네요. 이런 날에 맞추어, 두 가지의 요리를 재고 재다 결국 서늘한 날씨를 덥혀줄 스튜로 오늘 주제를 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엌으로 아일랜드를 소환했어요. 전 아일랜드를 무척 좋아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아일랜드의 영어 억양을 좋아합니다. 영국에는 대략 17개의 억양이 있다고 해요. 제가 여행차 오래 머물렀던 리버풀은... 흠... 예전에 바에서 만난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온 뤼키를 만났을 때랑 같은 당혹감을 주었습니다. 네, 못 알아듣겠어요. 희한하게도, 전 배우자가 캐나다 사람이라 대부분 북미 억양은 큰 문제가 없는데, 몇몇 영국 억양이나, 미국 남부 억양은 아주 쥐약입니다. 어쩔 수 없이 리버풀에서는 제가 정말 잘하는, '웃고, 끄덕이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답변을 확인하기 위해 재차 질문하기도 하고요. 이런 의미로, 아일랜드를 좋아합니다. 억양도 재밌고, 알아듣기도 편하고, 나중에 꼭 한 번 가보는 게 계획인데, 언젠가, 가능하겠지요, 아주 언젠가요.
사실 스튜면 자작자작해야 하지만, 전 국물을 떠먹는 것을 좋아해서 일부러 한강으로 했어요. 양식으로 따지면, 예전에 올렸던 스카치 브로스와 비슷한 맛입니다. 한식으로도 이번엔 비교 가능할 것 같아요. 감칠맛 때문에 바지락 없는 바지락 칼국수 국물 맛이었걸랑요. 앞으로 그런 맛이 당길 때는 아무래도 이 스튜를 해서 칼국수나 수제비를 먹어도 될 것 같아요. 하하. 비건 요리에 종종 간장을 넣는 것을 자주 목격해요. 처음 스튜에 간장을 넣은 소감은, '나쁘지 않은데?!' 월계수 잎도 한몫한 것 같고요. 맛있습니다.
유튜브 레시피에는 으깬 감자와 함께 스튜를 먹지만, 전 오늘 감자가 당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요크셔푸딩을 해서 같이 곁들였어요. 요크셔푸딩을 미국에선 팝오버 popovers라고 부릅니다. 생김새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요크셔푸딩의 반죽 물은 흡사 붕어빵 반죽 물과 비슷하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속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뒀어야 했는데, 안에는 공갈빵처럼 텅 비었어요. 두 개, 세 개, 네 개 먹어도 죄책감이 별로 없어요.
전 오늘 오랜만에 저녁에 와인을 마실 계획입니다. 모두 (마음만큼은) 불금 보내세요. YOLO.
Cover Photo by Megan Johnst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