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같은 토요일, 날씨가 우중충하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이렇게 곧 비가 떨어질 것 같은 날도 그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다. 난 이런 모호한 날씨가 무척 좋다. 누군가는 이런 날이 우울하다고 하는데... 날씨가 무슨 죄랴. 내 안의 일기日氣가 문제지.
이런 날씨에는 기름에 좀 튀긴 음식이 당긴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모사를 만들어봤다. 몇 년 전에, 장에서 인도인이 직접 만든 사모사를 먹었을 때도 못 느꼈던 감동을... 어제 월마트 델리코너에 마감 세일 상품으로 파는 걸 먹어보고... 사모사에게 마음을 다시 열기로 했다. 아쉽게도, 역시나. 내가 만든 사모사는 향신료가 무척 강했다.(셰프 쿠날, 이게 뭡니까...) 사모사 피가 향신료를 좀 덮어줄 줄 알았는데, 판단 오류. 이렇게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때는 역으로 오기가 돋아 다시 하게 된다. 유녕은 그렇게 다음 주에 사모사를 튀기게 된다.
주말에도 평일처럼 일찍 잠에 깨는 건 이제 적응해야 하나보다. 지난주, 시간이 더 지나면 나의 월요일 시간표가 적응될 줄 알았지만... 아직 월요일의 타격이 크다. 다행히 회복이 하루가 걸려서 그렇지 수요일이 되면 용수철처럼 다시 정신이 되돌아온다. 누구 내 월요일이랑 바꿀 사람 없나요? ㅜㅜ
지난 금요일은 입학 후 첫 시험을 쳤다.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금요일에도 아직 시험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 주 그렇게 달렸으면 토요일 반나절은 쉬어도 된다. 뇌도 몸도 좀 쉬게 하면서 일을 시켜야지... 글을 쓰는 중에도 눈이 감기려는데 어서 쓰고 낮잠을 좀 자야겠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는 실습 시간에는 환우분이 침상에 부재하거나 계실 때 침상의 시트와 이불을 교체하는 걸 배웠다. 흠... 환우분이 없는 침대는 확실히 시트를 가는 것이 쉬웠는데, 마네킨이 있는 침상은... 아직 혼돈 그 자체이다. 왔다갔다의 무한 반복. 지금은 순서가 익히지 않아 내가 나를 봐도 우스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나 침상에 오랜 시간을 보내는 환우들을 고려해 욕창 방지의 의도로 침대 시트에 주름이 생기지 않게 당기고 펴고 하는데, 이걸 하다 보면... 내가 간호사가 되려는 건지 군인이 되려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유니폼을 입고 침대 시트의 주름과 각을 잡는 나를 상상해 보라. 하하.
여기까지가 이번 주를 보낸 나의 일기가 다인 게 믿어지지 않지만, 굳이 매일 졸린 눈을 부릅뜨고 예습, 복습하는 뻔한 얘기가 무슨 재미랴. 다음 주 토요일 이 자리에 앉으면 분명 오늘 마음은 아닌 건 확실하다. 시험 4개가 끝난 상태일 테니... 난 토요일 와인 한 병, 나발을 불 예정이다. 다음 주에 만나요, 모두. 1인 1병씩 손에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