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녕 Oct 10. 2021

Happy Thanksgiving

Week 5

잘 버텼다, 그대여. 

맙소사, 어쩌다 보니 벌써 5주 차가 되었네요. 그 의미는? 네, 다음 주에 또 시험 폭풍 주간입니다. 개인 과제와 모둠 과제는 덤이지요. 이번 학기에 듣는 5개의 강좌 중에서, 2개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R은 제 평생 은인 같은 분이 아닐까 싶어요. 설령 다시 교단에 서지 않을지라도요. 저도 한국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영어를 오랫동안 가르쳐봤지만, 과연 이 강사분처럼 학생들에게 '울림'과 '영감'을 주는 강사였는가 반추하게 되네요. 

괜찮아요, 대학생활은 원래 고독한 거니까요.

대학 초년의 저는 문법으로 영어를 배우기보다,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생활로 익힌 언어 수단이었기에 스트레스 없이 영어를 익혔습니다. 잘난 척이요? 아니요. 항상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요. 영어 실력은 늘었겠지만 국제 커플이 거치는 갈등의 과정 또한 겪었으니까요. 가끔, 대학시절을 생각해보면, 양심에 찔려요, 너무 쉽게 공부하지 않았나... 지금의 저를 비춰보면, 당시의 제 실력에 비에 무척 높았던 영문과 강좌 수준을 그때는 어떻게 메우며 따라갔을까... 기적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회화와 문학은 다른 문제이니까요. 학위는 많을수록 득이다 생각하고 시작한 복수전공도 문제였지요, 하나에 너무 빠지면 다른 하나에 소홀하게 되는... 저는 그랬습니다. 동기들과도 수업이 많이 겹치지 않다 보니 국문과도, 영문과도(수강생이 너무 많아요ㅠㅠ), 이도 저도 아닌 떠돌이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하. 


명절 상의 주인공은, 잡채.  

캐나다는 다음 주 월요일에 추수감사절이에요. 그래서일까요? 갑자기 감성돌이가 되었어요. 급우들과 강사들이 한국도 추석이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무척 궁금히 여기더라고요. 아직 뭘 먹어야 할지 생각은 안 하고 있는데요, 일단 어제인, 금요일은 수업이 끝나고 2시간은 멍 때리면서 뇌를 휴지 시켰습니다. 그리고 바리바리 장을 봐, 잡채를 만들어 먹었어요. 원래는... 잡채를 남겨서 잡채 만두를 만들어 두고두고 떡볶이와 함께 먹으려고 했는데... 배우자가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고 하면서 다 잡쉈어요. 먹는 걸로 치사하게 굴면 세상 원망스럽지 않나요? 다 먹으라고 양푼이을 내줬어요. 오늘 따로 잡채 소를 만들면 그뿐이지요, 까이꺼. 아차! 혹시 꼬득꼬득한 당근을 원하신다면 20분 정도 소금에 절이셔서 물에 헹궈 꼭 짜서 살짝 볶으셔서 잡채에 넣으시면 식감이 가히 예술입니다. 도전? 그나저나 곧 점심인데, 무스그를 해 먹어야 할까요. 


다음 주는 죽음의 월요일이 없기에, 무척 기대되는 한 주가 되겠습니다. 4일 버티고, 토요일에 돌아올게요. 일주일 또 버텨보자고요.  


Photo by Mark Duffel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찢어야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