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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Oct 17. 2021

토요일은 즐거워

Week 6  어서와요, 내 사랑

월요일이 공휴일이었던 터라 한 주가 금세 지난 것 같네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이지만, 오늘은 반나절만 쉬는 것으로 합니다. 저번 주부터 급작스럽게 초임 강사가 수업을 맡으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시험이 있을 예정이라고 목요일 오후에 알려주더라고요. 시간은 여유롭지 않은데, 더불어 시작된 방대한 메모리 게임에... 그렇게 됐습니다. 반나절 쉬는 게 어딘가요. 사실... 저녁 먹고(?) 시작할 거예요ㅋㅋㅋ 



10월 달, 캐나다엔 크게 두 개의 행사가 있어요. 하나는 추석이고요, 다른 하나는 31일에 있을 할로윈입니다. 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trick or treating은 거의 불가능하고요, 전 가을 분위기를 내보려고 3천 원도 안 되는 거대 호박을 사서 집 앞에 뒀어요. 농사를 짓는 외가에서 자라서, 밥상머리에서 쌀 한 톨을 남길 때도 혼나던 유년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 호박은... 쓰레기통이 아닌, 제 뱃속으로. 할로윈이 지나면 전자렌즈에 돌려 냉동해서 두고두고 파이도 해 먹고, 머핀도 해 먹고, 호박죽도 해 먹고,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해 먹는 호박만두도 만들어 먹을게요. 그거 받고, 호박씨도 여기서 즐겨먹는 방식으로 껍질을 까지 않고 오븐에 구워 야무지게 먹을게요. 근데 말이지요, 호박이요... 애호박만 사는 저에겐 너무 위협적인 크기라 시작 전에 한숨이 나오는 건 우리만 알기로 해요. 



글을 쓰는 중에도 곰곰이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지 생각해보는데,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일화가 없어요.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살고 있거든요. 그런 저의 일상을 한 번 낱낱이 적어볼까요? 일단 아침잠을 확보하기 위해 전날에 샤워를 합니다. 샤워하기 전에 어차피 흘릴 땀, 요가를 하려고 노력하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3분에서 10분 정도 명상을 해요, 명상 후에는 부엌으로 가 지루한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에 식욕이 없어서 대충 식빵 하나에 마가린을 발라 커피와 흡입합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사물함에 있는 방석을 집어 들고 2층 교실로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 주에 있는 시험을 대비합니다. 보통 첫 수업 시간이 끝나면 10시 반 정도가 되는데요, 그럼 도시락을 꺼냅니다. 아침에 먹은 빵 한 조각이 포만감이 없어 그 시간 즈음에 배가 고파지더라고요. 점심을 해결하고 나선, 제 치아는 소중하니까 양치도 하고요. 식후는... 식곤증에 괴로워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서 일단 2시간은 방전된 뇌를 쉬게 합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자고 싶은 마음을 어르며, 복습을 시작합니다. 다음 날의 수업을 예습하기도 하고요. 예습은 수업을 더 재밌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음 날엔 예습할 때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고요.(질문쟁이) 복습은 예습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기억에 오래 남아요) 예습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길지언정 복습은 항상 하고 잡니다. 복습 중 슬슬 잠이 오겠지요? 요가를 합니다ㅋㅋㅋㅋ 그럼 샤워를 해야 하니까요. 뜨거운 물에 씻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잠도 좀 깹니다. 머리를 말리면서 11시까지 그렇게 복습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럼 하루 일과가 끝나 가뿐한 마음으로 다음 날 먹어야 하는 도시락을 싸놓고 양치를 하고 잡니다. 별거 없지요? 



가끔 생각합니다. 제가 20대라면 가뿐히 늦게까지 공부를 할 것 같은데... 이번 제 대학생활의 목표는 우등생이 아닌 이 간호 프로그램을 통과하기 위한 75%의 성적입니다. 노력은 하겠지만 최선은 사양하겠습니다. 작년에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잠을 줄여가며, 몰아세우며, 쉬지 않고 공부를 했더니 번아웃이 되더라고요. 무식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하하. 저는 75%면 됩니다. 무사히 졸업하면 국시 또한 무난히 통과할 거라 생각합니다. 10년 후에 이 글을 쓰고 있을 때는 간호대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있어도 좋겠네요. 여러분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을 꿈꾸고 계신가요?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웃고 계시길 바랍니다.    

 


자, 오늘의 공부는 끝났고요, 끝장나게 쌓아둔 설거지도 했고요, 한 주의 보상 시간입니다. 와인 한 잔을 하면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사모사 내용물을 요리하고 오늘 하루를 접겠습니다. 나른하고 평안한, 비 오는 토요일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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