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녕 Oct 28. 2021

나를 밟고 가라

Week 8 

글을 틈틈이 써놨는데, 월요일 시험이 워낙 무게가 있어서 지난 토요일에 올리지 못했어요. 일단, 사과드립니다. 꾸벅. 오늘은 아직 수요일, 저는 김이 다 빠진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있어요. 여유롭냐고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내일도 시험이, 다음 주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시험이 잡혀 있어요. 근 3주간 내내 시험이 계속되고 있어요. 공부는 할만한데 말이지요. 그래도 한 주만 시험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렇게 토 나오게 공부하면 능력 있는 간호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기회비용의 대가가 크네요. 


그런데 와인은 왜 마시고 g랄이냐고 하시면... 방금 시험공부를 나름 공들여서 했다고 착각하기에 곧 있으면 식초로 변할 것 같은 람브러스코를 마셔요. 람브러스코 와인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과 '탄산'인데, 절반의 내용물을 마셔야지 마셔야지 했는데, 시험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김이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오늘 다 마시고 잘 거예요. 말리지 마세요.   


과감하게 지난주에 써놓은 초고를 지우고 절반이 되어가는 이번 주를 나눠볼까 봐요. 사실, 월요일 오전에 시험이 끝나고도, 수업이 늦은 7시 반까지 있었기에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고, 내일 보게 되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잠들 줄 알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뒤척이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본 시각이 새벽 2시였던 거 같아요. 중간에 소피 누러 또 일어나느라 5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화요일 8시 반 수업을 위해 출근 같은 등교를 했습니다. 이럴 때 보면 공부는 체력전이 맞습니다. 곧 있으면 불혹인데 나름 팔팔합니다. 


어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90분 낮잠을 잤습니다. 이건, 살려고 잔 거예요. 일어나서 또다시 시험공부를 했고요, 자기 전 수요일마다 있는 랩 실습 기술을 미리 공부했습니다. 랩은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연구실은 아니고요, 병원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가병원 실습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 배운 기술은 몸이 불편해 스스로 몸을 씻지 못하시는 환우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번 주에 연습한 침상에서의 환우분들 자세 바꾸기를 평가받기도 했고요. 전 사실, 남을 씻겨주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희한하게 재밌어요. 치매 환우분들을 씻겨드리는 일이 작년 실습에서는 다반사였는데, 그분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씻겨드리기가 무척 재밌더라고요. 제 미숙한 기술에도 불평하지 않고 이해해주시는 게 고마울 뿐이지요. 


학우들 모두 지쳐 보여요. 계속된 시험에 예민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재수는 좀 없겠지만... 전 육체적으로는 좀 지치는데 정신적으로는 할만합니다. 일단 완벽하려는 자세를 뜯어고쳐서 그럴 수도 있고요, 전... 인도를 버텼잖아요. 제 인생 일대 제일 힘들었던 때는 요가 강사 트레이닝으로 한 달간 10시간을 요가로 시작해 줄줄이 수업을 받아야 했던 인도에서의 생활입니다. 여행으로는 다시 인도를 꼭 가보고 싶지만... 남은 300시간 요가 강사 트레이닝 코스를 또다시 시차와 습도와 기온과 싸우면서 밟고 싶지 않아요. 그건 토론토에서 할게요ㅋㅋㅋ 캐나다는 시차가 있는 나라잖아요. 제가 있는 곳에서 토론토만 가도 시차가 1시간 생긴답니다. 하하ㅏ하하. 곧 불혹이니까... 그 정도는 봐주자고요ㅋㅋㅋㅋ 

 

이제 자야 할 시각입니다. 글을 쓰느라 와인을 못 마셨어요. 모두가 자는 시각,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그대들의 눈동자에 건배!   



Cover Photo by Justin Aikin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토요일은 즐거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