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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Nov 14. 2021

당신의 주말은 사치입니다

Week 11


어제 캐나다 중부 쪽엔 눈이 왔다는데, 희한하게도 제가 사는 곳에는 아직 눈 소식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습해 뼈까지 시린 요즘입니다. 캘거리에 사는 친구가 작년 겨울엔 -40도였다고 하는데, 다행히 건조해 견딜만한 겨울이었다네요. 무시무시하게 들리시나요? 하하. 자연은 나름 친절한 구석도 있어서 온도를 서서히 낮춰주기에 나름 몸이 적응하게 해 줍니다. 전 차라리 -40도인 캘거리가 여기보다 나을 거 같아요. 한랭 고습은 매해 적응이 안 됩니다. 더운 여름엔 죽부인이 제 몫을 톡톡히 하듯, 겨울엔 역시 이 친구를, hot water bottle, 소환합니다.(병은 아니지만 보틀이라고 불러요.) 한 녀석은 발치에 다른 녀석은 무릎 주위에 두고 따뜻하게 밤을 나아요. 온돌은 혁명입니다, 역시나. 


어제 오후였나요, 시험 날짜가 다다음 주인 줄 알고 여유를 부리는 중... 다다음주가 아닌 다음 주인걸 알고... (아...) 늦게까지 분량의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 와중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해서 재차 날짜를 확인했어요. 제발 아니기를 하면서요. 돌아온 세 명의 답변은 땡! 제가 착각한 것이 맞더라고요. 이리하여, 간호대생의 시험 없는 주는 사치임을 드디어 시인하게 됩니다. 2월에 시작되는 학기에는 교과목이 8개이던데요, 그럼... 시험이 주 3-4회씩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해봅니다. 하. 주말? 그게 뭔가요? 말씀드렸지요? 징징이 막내라고요ㅋㅋㅋ 


오늘은 늦게까지 잘 수 있는 토요일이었지만, 거의 10년 만에 중학교 은사님과 통화를 하기로 약속을 했던 터라 모든 알람을 가동했더랬습니다. 모두들, 인생을 바꿔주신 은사님 한 분쯤 품고 계시잖아요? 저에겐 2년간 국어를 가르쳐주신 국어 선생님이 그러세요. 한국에 있을 때는 자주는 아니지만 '필' 꽂히면 전화를 해서 종알종알 떠들곤 했는데, 캐나다에 와서는 놀라게 해드릴 생각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간호대학 입학 확정되면 연락드려야지, 아니지, 이왕이면 졸업하고 연락드려야지, 아니지, 역시나 간호사가 되어서 전화를 드리는 게 답이지이지이지이지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어요. 어제... 그냥 우연히... 쉬는 시간을 갖는 도중에 갑자기 브런치가 떠올라 통계를 보며 방문객들이 본 글을 보노라니 제 시가 그중에 있더라고요. 저도 호기심에 시를 읽어봤는데요 말이지요. 말해 뭐해요. 좋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기분이 들뜬 유녕, 그 시를 필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제 시와 안부를 전하게 되었어요.   


'오, 희도 제자!'

물론... 선생님을 염두하고 쓴 시는 아닙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제 글씨체는 선생님의 것을 모방하다가 굳혀진 것이라 자연스럽게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이니까 근 20년이 살짝 넘게 알아온 분이시라, 전 선생님이 친구 같습니다. 혹 이 글을 선생님께서 후에 보시면 '요 녀석 봐라' 하실 수 있는 함정이 있긴 합니다. 그러기에 선생님께서는 이 글을 모르고 사시게 될 것입니다. 하하. 선생님과의 정말 재밌는 우연은요, 제가 선생님과 대학 동문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정말, 예측하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대선배가 되는 기적을 경험했어요. 더 재밌는 것은요... 학번이 비슷한 교수님들께서 선생님을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저의 교수님들을, '형'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심지어 강사분들도 선생님의 후배이시라 나름 교수님들께 각인되기 쉬웠습니다. 


이야기가 언제 끝나나 하실 거 같아요. 그런 거 없어요. 서두도 말미도 없습니다. 사실... 지난주에 마시다 남은 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근육과 정신을 이완시키는 중이라... 제 특기이지요, 밤새 주절이주절이주절이 가능합니다만... 더 이상 밑천이 동나지 않게 여기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쉽나요? 괜찮아요, 우리에겐 다음 주 토요일이 있잖아요. 그때도 여지없이 돌아올게요, 시험 2개와 함께 말이지요. 한 주 보내고,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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