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녕 Nov 21. 2021

내친소

Week whatever

드디어 저에게도 친구가 생겼습니다, 여러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겠어요. 이야기는 제가 살던 김포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됩니다. 김포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제 고향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학교까지만 같이 다녀도 벌써 9년을 한솥밥을 먹은 교우지간이 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용인으로 진학하면서 친구와 사귀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고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3년 내내 공부와 씨름하며 같이 울고 웃은 친구들이라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대학도 같이 진학한,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도 있고요. 대학 가서는... 딱히 친구를 찾아 돌아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지금의 배우자인 남친이 생긴 것이지요. 


'우리 친구 아이가?'

캐나다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 있어 문화의 차이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캐나다 사람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친절함'입니다. 네, 대부분 친절합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친절이 곧 넘기 어려운 철옹성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직장생활 동안 캐나다인들과 같이 일하면서 이들 방식의 '친구 맺기'를 알기 전까지, 전, 두 번 데어봤습니다. 전 둘째 언니처럼 눈치가 빠른 편도 아니고, 저에게 잘해주면 나와 뜻이 비슷하구나 하면서 관계를 만드는데, 이 친구들은 우정의 뜻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잘 대해줍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생각을 못 해봤는데 말이지요, 처음 두 번은 충격이 컸습니다. 세 번째부터는 이들의 속도를 맞춰가며 거리를 좁히는 경험치 기술 1+을 얻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캐나다 친구들보다는 미국인 친구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미국인 친구들은 뜨겁거나 차갑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제 소견입니다만... 오히려 미국인과 친구가 되는 게 제 성향에는 더 편하고, 쉽습니다. '격이 없이' 친해질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배우자의 형과 했던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인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하하. 아무래도 미국과 캐나다 지리적 특성상 서로 불편하지 않은 심리적 거리가, 캐나다는 더 넓어서 그렇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전... 차라리 덜 격식 차리고 그 자리에서 아군인지 적인지 쉽게 판가름할 수 있는 미국인 친구에 한 표를 주겠습니다, 이번만큼은 말이지요. 


'반갑다 친구야.'

자, 이제부터 반전이 있습니다. 초반에 정말 오래 걸려서 그렇지, 친구의 관계가 되면 캐나다 친구들도 요새 말로 찐친이 됩니다. 저처럼 성미가 급한 사람은 초반의 뜸 들이는 기간이 아주 고역일 겁니다. 뭔가 조심스러워 보이는 그들의 접근법을 아직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게 바로 나고 자란 문화의 차이겠지요 뭐. 이런 이유로,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면 향후 거주지를 지금의 곳에서 토론토로 정했습니다. 왜냐고요? 토론토는 캐나다 내에서 다인종 도시라, 캐나다인들보다는 각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하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사실 제가 말하는 새 친구 역시 필리핀에서 온 친구랍니다. 


이번 주는 학교 얘기는 생략합니다. 왜 긴요... 시험 얘기일 뿐이니까요. 지난 금요일도 시험이었고요, 돌아오는 월요일도 시험이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는 지칩니다만 공부는 재밌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그 맛에 엉덩이 붙이고 전의를 불태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막상 간호사가 되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공부를 해야 하는 지금보다야 생활이 낫지 않을까요. 그 기대가 지금 생활의 제 유일한 유토피아입니다. 꿀꺽. 


오늘 저녁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휴일을 마칩니다. 고스트 버스터스를 봤는데요, 전 재밌게 보고 왔어요. 제 옆자리에 앉으셔서 웃고, 눈물을 닦으시는 노부부분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훈훈해지더라고요. 흰머리를 하고, 저 자리에 앉아 있을 날이 저에게도 오겠지요. 이렇게 늙어가는 것도 어쨌든 인생의 맛이네요, 그쵸?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주말은 사치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