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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Jun 18. 2022

2학기 실습 종료

지금 제 몸은 땀에 절다 못해 쉰내가 납니다. 하하하하핳 지난 한 주는 환우분 한 명을 전담했다면 이번 주는 2분을 맡았습니다. 일도 일이었지만 제가 실습했던 병동은 노인병동이라 전체적으로 온도가 따뜻합니다. 덕분에 식사를 먹여 드리는 동안에는 스크럽이 축축해져 있더라고요. 다행이에요, 오늘부터 실습이 끝났거든요. 이번 한 주는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두세 번은 했던 것 같아요. 


마스크를 쓰니까 나이가 감춰지네요. (착각인가요?ㅋㅋㅋ) 옆의 친구들은 다들 21살입니다. 제 캐나다 조카가 30살인데 조카 보다도 나이가 어린 친구와 같은 길을 가고 있네요. 사진을 보니까 사흘간 고생한 pink eye가 또 떠오르네요. 렌즈를 쓰다가 안경을 쓰니까 그새 이 모습을 낯설어요. 어제부터 안경을 벗어서 다시 맨얼굴에 적응 중이고요. 슬슬 실습 기간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볼까요?


지난 한 주는 Heather 강사분의 지도 아래 실습을 했습니다. 실습은 아무래도 강사의 영향이 큽니다. 1학기 실습 중 강사분 강물에 떠밀어 스스로 수영을 터득하거나 물장구를 치다가 익사하거나 하는 식의 스타일이셨는데요, 무척 입담이 좋으시고, 경험이 많으셔서 전 무척 좋았습니다. Heather는 은퇴한 간호사이신데요, 시간 별로 할 일 정해놓으시는 무척 깐깐한 스타일이십니다. 그래서 Heather 장군님이라는 별명이 생기셨어요. 느낌 오시나요? 쉴 시간 없이 몸을 굴려야 했던 한 주였습니다. 


이틀마다 환우분을 바꾸셨는데요, 첫 번째 환우분은 89살이신 은퇴하신 어부 할아버지셨어요. 노인 병동에서는 특히나 남자 어르신의 경우는 말을 어눌하게 하시는 분이 과반수입니다. 의치를 하시거나 아예 이가 없으신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고요. 이 할아버지께서는 윗니만 의치를 하셨는데요,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조심조심 다루며 닦아드렸습니다. 참고로 병원에서 간호사의 실수로 의치가 깨지거나 망가지만 환우분 본인 부담으로 또 제작하셔야 해요. 그런 일은 저에게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맴이 무거울까요?


두 번째 환우분은 80살이셨는데요, 89살 환우분보다 훨씬 간호가 쉬운 분이셨어요. 걸음은 어려우셨지만 근육에 힘이 있으셔서 몸을 돌리시거나, 다리를 들거나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돼주셨어요. 다만... 연세에서 예측이 가능하듯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소변을 보실 때마다 힘을 워낙 많이 주시는 바람에 대변이 나와 패드를 많이 갈아드렸네요. 이 분은 부인과 결혼하신 지 57년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부인분이 매일 점심께 찾아와 신랑 분과 같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2주 차에는 강사분이 바뀌셨습니다. 그것도 실습지도를 처음 해보시는 분으로요. Hether와 달리 chantale은 조금 더 친근하셔서 마음은 더 편했습니다. 2주 차 첫 환우분은 간질 진단받으신 83세 할머니셨는데요, 섬망 증상이 있으셔서 항상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분이셨어요. 참, 인생 알 수 없지요. 20년 전 이 할머니께서는 간호사셨는데, 이렇게 저와 반대의 위치에서 조우하게 되었어요. 이 할머니와는 첫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튿날 따님의 방문으로 할머니께서 보청기가 없이는 잘 듣지를 못 하신다는 걸 알았어요. 할머니의 왼쪽 귀가 그나마 잘 들리신다고 해서 이후에는 왼쪽 귀로 할머니와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날이 좋은 날에는 온 정신이 저와 함께 셔서 근무 중 할머니 때문에 웃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저의 이번 주 두 환우분은 전 주에 맡았던 80세 치매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와 거동이 불가능한 83세 간질, 섬망 진단을 받은 분이셨어요. 차트만 안 해도 일은 좀 수월했을 거예요. 할 게 징그럽게 많습니다. 보통 간호사는 (병가를 내는 간호사가 없는 유니콘 세상에서) 환우분을 4-5명을 전담하는데요, 보통 70대 환우분 평균 약이 10개인데요, 병에 따라, 증상에 따라 약이 추가됩니다. 그렇다면 말이지요, 이 많은 약까지 챙기게 되면, 환우분과 라포트는 언제 쌓나요?ㅋㅋㅋ 전 아무래도 병원과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하하하하핳ㅎ 보이시나요? 토론토, 어느 요양원에서 환우들 약을 주고 있는 저의 모습을요? 


벌써 자정이네요. 샤워할 기력은 없었지만, 워낙 끈적해서 씻고 왔습니다. 이제 자도 되겠지요? 주말은 좀 놀겠습니다. 열심히 산 2주였어요. 자, 이렇게 3학기 시작입니다. 시, 시, 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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